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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댕큐, 바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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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댕큐, 바르도

입력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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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귀국한 미국의 주한공관장이 어느 날 한국인과 함께 개고기를 먹으러 갔다.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에 대한 비난이 한창일 때였다. 보신탕집에 가면서 아는 사람들의 눈에 띌까 봐 몹시 신경을 쓰던 그는 다 먹고 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엑셀런트(훌륭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고기를 먹은 사실을 절대로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국가비밀이라는 농담까지 했다.

■사실 개고기는 소화 잘 되고 영양가도 높아 특유의 냄새만 극복하면 외국인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과 필리핀 세네갈 스위스, 폴리네시아의 일부 주민도 먹는다.

한 민속학자는 1910년께 파리의 개정육점 플래카드사진을 책에 싣고 프랑스인들도 개고기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고기 식용은 문화가 아니라 야만”이라거나 “한국은 하루 세 끼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식의 비난은 여전하다. 가장 극성인 것은 역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다.

■그러나 월드컵을 계기로 외국인들의 시각은 많이 달라진 것같다.

나라마다 독특한 식생활의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문화다원주의이며 혐오감이 생기더라도 관용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한 프랑스학생들이 단체로 개고기를 시식해 화제가 된 일도 있다. 파라과이의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는 한국의 개고기문화를 100% 지지한다는 응원발언을 했다.

그는 “왜 영국인들은 여우사냥을 중지하지 않으며 스페인에서는 투우를 계속하느냐”고 반문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재미있는 책을 낸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도 국내 학자와 대담하면서 바르도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라거나 “문화인류학을 한 번도 공부해 본 일이 없는 여자”라고 비난했다.

바르도의 발언에는 인종차별적 색채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축구는 오늘 포르투갈과 결전을 벌이지만, 한국의 개고기문화는 벌써 16강쯤 된 것같은 분위기다.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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