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전 관중의 ‘Reds’화가 눈 앞에 왔다.” 전국을 붉게 물들인 월드컵 열기가 ‘붉은 악마’ 공식 회원 20만 시대를 열었다.하지만 그 시작은 미미했다. 붉은 악마의 탄생은 1995년 하이텔 등 PC통신 축구 동호회 골수 축구팬 50여명의 단체관람에서 비롯됐다. 이후 97년 5월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예선을 앞두고 가칭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 과도기를 거쳐 8월 ‘붉은 악마’로 공식 탄생할 때도 회원은 고작 200여명.
한국 축구 ‘대표응원단’ 붉은 악마는 초창기 동호회의 4,000배, 공식 출범 5년 만에 회원 1,000배 증가라는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또 월드컵을 계기로 전 국민을 ‘준회원’으로 묶었다. 이 때문에 각종 후원이나 지원 요청도 쇄도하는 등 붉은 악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너도 나도 붉은 악마 가입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건물에 있는 붉은 악마 사무국은 연일 폭주하는 회원 가입(회비 무료) 문의 전화로 정신이 없다. 사무국의 한 직원은 “한국이 폴란드를 꺾고 미국과 비기자 최근엔 가입자가 밀려들어 그 수를 셀 수도 없을 정도”라며 “실명 확인을 위한 신분증 사본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월드컵 직전 12만명이던 회원 수가 월드컵 시작 2주만에 8만명이나 늘었다. 이 때문에 이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reddevil.or.kr)도 접속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붉은 악마 관계자는 “접속량이 폭주해 서버용량을 대폭 늘려도 소용 없을 지경”이라며 “팩스를 통한 신분확인 과정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밀려드는 후원 제의
출범 초기 각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어렵게 모임을 이끌어 온 붉은 악마는 최근 밀려드는 후원 제의에 당황하고 있다. 일단 자발적, 자생적 응원이라는 결성 취지에 맞춰 상업적 후원금은 사양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대행사를 통해 SK텔레콤 등 5개 업체와 후원계약을 했지만 계약 위반과 순수성 침해, ‘붉은 악마 100억대 수익’ 등 잘못된 음해성 소문으로 진통을 겪은 터라 더욱 조심스럽다.
붉은 악마가 월드컵 이후 받은 후원은 한 독지가가 보낸 붉은 색 티셔츠 4만장이 전부다. 붉은 악마는 미국전 때 2만장을 나눠주고 나머지도 포르투갈전 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말썽을 빚었던 ‘Be the Reds’ 티셔츠 수익금 전액도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축구협회에 기증할 계획이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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