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자(父子)가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내에 들어왔으나 중국 경비요원(보안)들이 영사부 안에 무단 침입,아버지를 강제로 끌어내고 중국 경찰(공안)들이 이에 항의하는 한국 외교관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이번 사건은 중국측이 외국 공관 및 외교관에 대한 불가침권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한중 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했다.목격자들에 따르면 탈북자 원모(56)씨와 아들(15)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낮 12시)주중 한국대사관에서 700여 m 떨어진 영사부의 뒤쪽 출입문을 통해 민원인 대기실까지 진입했으나 중국 경비요원 2명이 대기실 내부까지 뒤쫒아와 아버지 원씨를 강제로 끌어내 영사부 외곽 동쪽문 경비 초소로 연행했다.중국경비요원들은 중국 외교부 인원복무국 방옥공사 소속으로 외교 단지 경비 업무를 맡고 있다.
원씨가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영사부 직원 10여명은 경비 초소로 달려가 경비요원들의 영사부 무단침입에 항의하고 원씨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며 초소문을 막고 중국 경찰 10여명과 대치했다.중국 경찰들이 5시간여 만인 오후 4시 께 원씨를 베이징시 공안국 소유의 승합차에 태워 다른 곳으로 끌고 가려 하자 영사부 직원들이 막아섰다.이 과정에서 중국 경찰들은 저지하는 영사부 직원들과 취재 중이던 한국 특파원들을 폭행,한국 대사관 변철환(35)서기관이 왼쪽 다리가 10cm가량 찢어지고 박기준(38)영사가 다치는 등 외교관 2명과 영사부 현지 고용인,특파원 등 4명이 부상했다.
원씨는 한북 회령 출신의 보일러 기술자로 1997년께 아들 딸과 함께 북한을 탈출했으나 딸은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인신 매매단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부인은 북한에서 숨졌으며 아들은 북한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다.
한편 정부는 13일 중국 공안당국의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내 탈북자 강제 연행과 한국 외교관 폭행사건을 중대한 주권침해 문제로 간주,중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정부는 이날 신정승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중국측의 행위는)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상 외교공관 및 외교관 신체에 대한 불가침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강력히 항의하며 조속한 원상회복을 요구한다"고 밝혔다.정부는 14일 오전 리빈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우리측의 항의를 전달키로 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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