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실적 불안에 발목이 붙들려 좀처럼 침체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5월 실업률과 제조업지수 등 최근 잇따른 거시지표의 호조세도 투자심리를 움직이는 데는 역부족. 2분기 실적이 모멘텀인 만큼 ‘지금은 기다릴 때’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까닭에 지난 11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15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하지만 경험적으로 지수 바닥권에서는 상황논리보다 가격논리가 우선했다는 점에서 반등의 징후가 무르익었다는 분석도 많다. 동양증권 김주형 수석연구원은 “2분기 실적변수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최근 거시지표에서 보듯 추가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고,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12일 나스닥지수가 1500선을 회복한 것도 한 예.
■주요지수 낙폭과다 시그널
낙폭 정도를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20일 이격도’를 보면 현재 다우ㆍ나스닥 지수가 반등권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20일 이격도란 현재 주가와 20일 이동평균선과의 벌어진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가선이 20일선을 중심으로 수렴과 확대를 반복하면서 움직이는 속성을 가졌다는 경험에 근거해 과열ㆍ냉각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
전세계 증시 지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는 다우지수의 경우 지난 해 초부터 9ㆍ11 테러 저점 당시까지의 평균 이격도는 96.6%. 20일선과의 간극이 약 3.6%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의 낙폭 과대로 지난 7일 20일 이격도는 95.8%(간극 4.2%)까지 벌어졌고, 11일에는 95.5%에 이르기도 했다.
나스닥지수 이격도 역시 11일 91.6%로 경험적인 반등 권역인 93.1%보다 더 커졌다. 나스닥 20일 이격도가 93% 아래로 내려섰던 지난 2월7일(92.6%) 이후 지수는 나흘 연속 반등하며 4.3%가 상승했고, 2월 21일(92.7%) 이후에는 11일 반등하며 12.3%가 오른 바 있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10일 현재 88.3%로 평균 이격도(91.7%)를 이미 벗어났다.
■투자심리도 이미 과매도권
시장 과열과 침체의 정도를 가장 단순하게 파악하는 지표인 ‘투자심리도’ 도 바닥권이다. 투자심리도란 최근 10일간의 주가 상승일을 분석한 것으로 통상 10~30%(열흘 중 오른 날이 1~3일)에서 심리도 저점을 형성하고, 20%선이 평균적인 과매도권으로 인식된다. 다우지수는 지난 7일 20%까지 하락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반도체지수는 지난 달 말 10%까지 축소된 뒤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뉴욕증시 움직임은 경험적으로 투자심리도 20% 이하에서 하락세를 진정하고 반등했다”며 “기술적인 관점에서 반등이 가능한 시점이고, 추가하락 리스크 역시 결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시지표 낙관 이르다' 분석도
하지만 경기 선행지표인 주가가 기를 못 펴는 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것은 성급하고,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술적 지표의 바닥시그널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여전히 대세다. 엔론과 타이코인터내셔널 등에서 촉발된 기업회계 신뢰성 시비도 기술적 분석으로는 반영할 수 없는 변수.실제로 올들어 미 다우지수는 약 5%가 하락, 경기회복 초기라는 분석을 무색하게 했고, S&P500지수 역시 올들어 12%가 내렸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나스닥의 심리적 지지선인 1500선이 붕괴된 만큼 낙폭과대에 따른 단기 기술적 반등의 분위기는 갖춰졌지만 제한적인 반등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실적 모멘텀을 찾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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