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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 / 상념의 DJ…청와대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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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 / 상념의 DJ…청와대 반응

입력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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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3일 오후 투표가 끝난 후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이 출구조사 결과의 1보를 전화로 보고했을 때도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침묵은 무관심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온갖 상념과 회한을 담고 있는 무언(無言)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탈당은 했지만 민주당과의 정서적 연고까지 끊을 수는 없으며, 더욱이 홍걸(弘傑)씨 등 아들들 문제가 민주당에 결정적인 부담을 주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패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실제 국민들이 투표하면서 김 대통령과 민주당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에게는 수단이 별로 없다. 탈당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민주당을 지원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민심 이반을 되돌릴 묘안도 없다. 선거 전에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나 대통령 아들들 문제의 매듭도 실제 약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내각 교체가 국민 지지를 담보하지 못하며, 아들들 문제에 있어서도 검찰 수사 중인 홍업(弘業)씨 문제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사퇴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지금의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선거 패배의 후유증으로 휘청거릴 것이며, 그 파장이 청와대로까지 넘어올 것임을 잘 알면서도 “지켜보자”는 말만 하고 있다. 이날 밤 나온 청와대의 논평도 ‘관권시비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진 선거’에 대한 언급만 담고 있었다.

특별히 할 수 있는 말도, 수단도 없는 고통스런 심사를 역설적으로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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