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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패때문에 등돌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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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패때문에 등돌린 민심

입력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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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지방선거의 민심은 한나라당 압승과 민주당 참패로 판가름 났다.한나라당은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경기지사와 인천시장에서도 이겨 수도권을 석권했다.

1998년의 2기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 3곳에서 완패했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 선거에서도 약진이 두드러졌고 처음 도입된 정당투표에서도 민주당을 2배 가까이 앞섰다.

옳건 그르건 대선 전초전의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향후 대선정국의 주도권이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 있음을 말해준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체제를 강화할 수 있게 됐고, 내친 김에 원내과반수에서 1석 모자라는 의석을 채워 이회창 대세론의 재 구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각종 게이트 의혹과 대통령 아들들의 잇단 비리를 부각시키며 부패정권 심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고,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선거의 최대 쟁점은 부정부패였고, 유권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분노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부패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없으며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임진왜란 때 조총을 들고 돌진하는 왜군에 속수무책인 것과 같았다’는 민주당 간부의 실토가 실감난다.

게이트 의혹과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때문에 등을 돌린 민심에 백약이 무효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모든 패인을 여기에다만 돌려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경선을 통해 유권자의 관심을 민주당으로 끌어오는데는 성공했지만 새 지도체제는 일사불란하게 선거에 임하지 못했고, 지도력 공백을 틈탄 공천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심지어 본거지인 광주에서조차 힘들게 이겼다.

노무현 후보는 영남의 광역단체장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해 후보 재신임을 물어야 할 처지이고, 한화갑 대표는 선거 참패가 몰고올 후유증을 수습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민주당의 후유증이 내홍으로 번져 정치권이 또다시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정계개편이 가시권에 들어올지 주목된다.

오로지 충청권에서만 뛰었던 자민련은 대전시장과 충북지사를 잃었고 겨우 충남지사만을 지켜냈다.

자민련은 존폐의 기로에 섰고, 김종필 총재는 정치생명이 위태롭게 됐다.

정당투표가 처음 도입된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등 진보성향 정당의 존재가능성이 확인됐고, 노동당의 울산시장 선전은 비록 당선에 이르지 못했지만 괄목할 만했다.

낮은 관심과 높은 과열ㆍ타락으로 최악이라는 오명을 안은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가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1995년 1기 선거의 68.4% 투표율은 98년 2기 선거에서 15.7% 포인트 낮아져 52.7%가 되더니, 이번에는 48.0%(잠정집계)로 또 다시 4.7% 포인트가 떨어졌다.

2기 단체장의 20% 이상이 사법처리 대상이 된 것도 낮은 투표율과 상관관계가 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투표율이 떨어지면 인물선정이 제대로 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최저로 떨어지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이번의 선택 결과가 걱정되는 이유다. 걸음마 단계인 지방자치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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