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청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초강세를 보이며 이전 두번의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불패신화’를 깨뜨렸다.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서울에서의 한나라당 강세 현상은 이른바 ‘홍(弘)3 게이트’ 등 민주당의 잇단 악재 외에도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후보의 선전으로 ‘시장-구청장 패키지’식 투표성향이 재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성북구와 강북구 등 곳곳에서 현직 구청장이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함으로써 민주당 지지표가 분산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민주당 ‘아성’에서도 패배
한나라당은 1995년과 98년 각각 2,5개 구에서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아성지역으로 분류되던 영등포 강서 마포구 등지의 지역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시장과 함께 상당수 구청장 자리도 장악, 4년간 서울시정을 사실상 ‘전담’하게 됐다.
이에 비해 95년 23개구 98년 19개 구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은 안방까지 내주며 참패해 지자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의 살림살이를 한나라당에게 통째로 넘겨줬다. 98년 동작구에서 유일하게 당선자를 냈던 자민련은 4개구에서 후보자가 나섰지만 모두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고, 무소속 후보군들도 한나라당 강풍에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당선자 중 3선에 성공한 구청장은 강남구 권문용(權文勇), 서초구 조남호(趙南浩), 강동구 김충환(金忠環), 광진구 정영섭(鄭永燮ㆍ이상 한나라) 후보 등이며 송파구 이유택(李裕澤), 은평구 노재동(盧載東ㆍ이상 한나라) 후보 등이 재선의 기쁨을 누렸다. 최고령 당선자가 된 정영섭 후보의 경우 민선 구청장 3선에다 관선 구청장 6번의 경력을 합해 모두 26년간 구청장에 재임하는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 시 행정 변화 클 듯
한나라당이 시정과 구정을 모두 틀어쥠에 따라 향후 서울시 행정에도 일대 변혁이 일게 될 전망이다. 먼저 이전 체제에서 소속 정당이 다른 이유로 시장과 구청장간 힘겨루기 양태가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초구 화장장 건립 문제와 미군기지 송파구 이전설 등이 어떤 식으로든 일단락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시정에는 ‘초보자’인 점을 감안하면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고 건(高 建) 시장 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구청장 입김이 많이 반영되는 상황도 예견된다.
여기에다 3선 구청장은 더 이상 구청장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점이 원만한 시정 구현의 최대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더 이상 연임할 수 없는 구청장 당선자 중 일부는 2004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해 자칫 향후 구정이 구청장의 또다른 출마를 위한 수단으로 왜곡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시 관계자는 “민주당 시장 아래에서 소속 정당이 달라 푸대접을 받던 자치구가 시혜를 받는 구로 떠오르고 반대로 민주당 텃밭 구 일수록 오히려 시가 주는 혜택이 적어지는 역 차별현상도 예상된다”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정을 고르고 효율적으로 이끄는 것이 최대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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