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를 통해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 들이겠습니다.”1960~70년 대 경제개발 시대에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궈냈던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61) 후보가 13일 서울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이제 또 다른 신화를 기대하는 1,200만 시민 앞에 서게 됐다.
경북 포항의 빈농 출신인 이 당선자의 이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도전과 영욕으로 점철돼 있다. 고학으로 상고를 나와 1961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를 전전하며 어렵게 학업을 마쳤다. 64년에는 6ㆍ3 학생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복역하기도 했다.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한 그는 고(故) 정주영(鄭周永) 회장을 닮은 추진력과 저돌성으로 숱한 에피소드를 남기면서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 입사 5년만에 이사, 12년 만인 35세에 마침내 국내 최고기업의 최고 경영자에 올랐다.
이 당선자는 95년 현대그룹을 떠나 정치인으로 변신, 14대 총선 때 정치1번지 종로에서 민자당으로 출마해 당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꺾는 대파란을 연출해 냈다. 15대 총선에서도 신한국당으로 재선됐으나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되면서 형 확정전 의원직을 사퇴, 첫 좌절을 겪었다.
와신상담하던 이 당선자는 올해 초 ‘절대 불리’ 전망 속에서도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의원과의 공천경쟁에 뛰어들어 ‘불계승’을 따내면서 재기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와의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3~5%포인트 가량 뒤져있었으나 결국 큰 표차로 낙승을 거뒀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 수백억원대의 부(富)를 소유한 재산가의 이미지에다 새로운 시대기준으로 볼때는 다소 참신하지 않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그가 이러한 평가들을 털고 그를 선택한 시민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부인 김윤옥(金潤玉ㆍ55)씨와 1남3녀가 있으며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상득(李相得) 의원이 그의 친형이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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