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6ㆍ13 지방선거의 참담한 패배로 대선주자로서의 위기관리능력과 지도력에 대해 혹독한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노 후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대선 후보를 먼저 뽑아 지방선거를 주도하게 한다는 배수의 진은 결과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노 후보가 대선주자의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1차 관문은 재신임이다. 노 후보는 자신이 공언한 부산ㆍ경남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 곳도 건지지 못했다. 득표율도 20%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재신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위기상황은 더욱 엄중해졌다.
노 후보는 13일 밤 예정됐던 비서실 회의주재와 개표상황 시청을 취소할 정도의 깊은 충격 속에서도 “재신임 약속을 지키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수도권에서의 완패까지 겹친 현실 속에서 재신임 문제가 단순히 통과의례에 그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노 후보측 한 핵심 관계자는 “재신임을 노 후보와 당이 모두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환골탈태하겠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재신임 받는다고 해도 당내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신임과 병행해 민주당이 만들어 내야 할 변화에는 제2 쇄신도 당연히 포함된다.
노 후보측이 재신임 문제를 오히려 재출발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은 국민적 지지 측면에서 노 후보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희망의 반영이기도 하고 “그 길밖에 없다”는 절박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노 후보는 14일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 참석과 대국민 성명발표를 통해 이 같은 뜻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과 당권이 분리됐다고는 하지만 노 후보는 더 이상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 안주할 수만은 없게 됐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힘 쏠림 현상으로 당이 내분 상태에 빠지거나 당내 일부 세력의 이탈 가능성이 생길 경우 그것은 바로 노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노 후보측이 “나는 인기가 좋은데 당과 지역 후보들이 내 지지도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일부의 접근방식에서 탈피, 모든 책임과 권한을 겸허히 수용하는 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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