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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의 명승부 포인트] 우승후보 수난 '유럽리그'가 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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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의 명승부 포인트] 우승후보 수난 '유럽리그'가 罪

입력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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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전투에서 기마부대의 기동력을 전술에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이다. 그리고 한니발은 알렉산더의 가장 뛰어난 후계자로 평가 받는다.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진군한 뒤 로마군과의 전투를 거의 대부분 승리로 이끌었다.문헌에 기록된 한니발의 전술은 상대를 깊숙이 자기 진영으로 유인한 뒤 양측면의 기마대를 이용해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전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뿐더러 효율적으로 상대를 초토화한다.

2002 한일월드컵을 보면서 나는 옛날에 읽었던 알렉산더와 한니발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강력한 로마군이 한니발의 진영 깊숙이 공격해 들어갔다가 기마부대의 협공을 받고 궤멸당하는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세네갈과 덴마크에 유린당한 프랑스의 모습도 그렇고, 스웨덴에 패퇴한 아르헨티나 역시 그랬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상대팀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 깊숙이 들어갔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양측면에서 빠른 기마대의 습격을 받고 힘없이 무너졌다.

물론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그런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면서도 양쪽의 기마부대를 잘 막았겠지만 이번엔 이기지 못하면 1회전서 탈락한다는 조급함이 화를 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그렇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져선 안될 팀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꼭 8강, 4강까지 올라 멋진 명승부를 보여주어야 했다.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팀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팬들은 화끈한 승부를 원한다.

또 스타들의 화려한 묘기를 보고 싶어한다. 스웨덴과 덴마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들 팀에는 이 두 가지가 없다.

나는 여기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유럽리그가 대부분 5월초에 끝났고 지단은 5월 중순까지 유럽클럽대회를 뛰고 월드컵 개막 일주일전에야 팀에 합류했다.

당연히 컨디션이 정상일 수 없다. 이처럼 스타들은 혹사를 당한다. 지단을 대신할 수 있는 피레는 아예 부상으로 출전도 못했다.

피구는 이번 대회 초반까지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이처럼 스타가 혹사당한다면 ‘재미 없는 월드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만이라도 각국 리그의 종료를 앞당기고 클럽대항전은 월드컵이 끝난 뒤로 미루면 안될까. 나는 스타 없는 월드컵이 정말 싫다.

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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