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절대 위기에 빠졌다. 6ㆍ13 지방선거 참패로 지도부 인책론이 제기됨은 물론 당 내분 및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까지 상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대통령 아들 비리 등 선거 패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바탕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층 거세질 조짐이다.
■ 당 지도부 인책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 대한 재신임과는 별도로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 지도부 인책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 민주당은 이중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13일 밤 11시께 광역단체장 당락의 윤곽이 확연해질 즈음 느닷없이 한 대표의 사퇴설이 흘러나와 인책론 현실화 여부가 당을 초 긴장 상태에 몰아넣기도 했다.
한 대표측은 즉각 이를 부인하면서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보였으나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당내에는 한 대표의 사퇴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있으나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때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여지를 남겼다.
여기에다 한 대표 사퇴와 노 후보 중심의 선대위 체제 구축 아이디어가 민주당 고위 당직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상황 전개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그러나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노 후보의 연대 관계가 현재까지는 튼튼하고 선거 패배에 대한 외적 요인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인책론의 파고는 생각보다 작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진짜 위기는 민주당이 환골탈태하는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때 찾아 온다는 것이다.
이는 당의 변화와 단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한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시험이자 당이 새롭게 도입한 집단지도체제의 성패와도 직결된 문제다.
■ 당 내분 및 이탈 가능성
벌써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동요를 점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어느 정도 현실화할지에 대해선 민주당 안팎에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노 후보의 재신임 문제나 당 지도부 인책론을 모양새 있게 극복하지 못하면 그 상황은 당 내분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당 분열과 이탈의 문제와 관련,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의 거취와 행보가 관심의 초점이다.
지방선거 후의 정국을 바라보는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제3 후보군의 시각도 민주당으로서는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의 참패를 당의 위기로 보기도 하지만 정권의 위기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의도적으로 김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김 대통령이 정리할 것은 정리해 줘야 한다는 주장과 요구로 이어진다.
김홍일(金弘一) 의원 등 김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런 문제의 처리가 당내 분란의 형태로 표출돼서는 안 되고 조용하고 자발적인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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