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르투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강점만 생각한다면 결코 그들을 이길 수 없다.”14일 포르투갈과의 조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 마디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다. 항상 유머 섞인 말로 여유를 잃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그의 눈에는 여느 때와 달리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16강 진출을 위한 고비를 잘 넘겨왔다. 이제 마지막 운명의 대결이 그의 앞에 가로 놓여있을 뿐이다.
12일 오전 경주 시민운동장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한 선수들의 행동도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미국전의 무승부가 못내 아쉬웠던 탓일까. 동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던 모습은 간 데 없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입을 굳게 다문 채 훈련에 몰두했다. 오히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이런 분위기가 맘에 든다는 표정이었다.
“선수들이 미국전의 무승부에 실망한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좋은 조짐이다. 만족하지 못한 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들이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포르투갈전에 대한 기대를 높여가고 있다.
훈련은 비공개로 치러졌다. 발목 부상중인 박지성과 근육통을 앓고 있는 최용수는 이날 훈련에도 불참, 포르투갈전 출전에 어두운 전망을 드리웠다. 히딩크 감독은 “내일(13일) 저녁까지 이들의 회복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그러나 이영표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포르투갈전 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는 “100%의 컨디션을 회복한 만큼 선발 출전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훈련 초점은 여전히 경기지배력에 맞춰졌다.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세르지우 콘세이상 등 세계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를 앞세운 포르투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90분 내내 미드필드의 수적 우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의 주요 수비형태이던 3백 대신 4백을 준비하고 있는 까닭도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선수들 역시 수비 축구로는 대패할 수 밖에 없다는 히딩크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이해한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 6시 16강 진출의 격전지인 인천으로 이동, 파라다이스 오림포스호텔에 여장을 푼 뒤 13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마지막 훈련으로 컨디션을 점검한다.
경주=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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