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패닉룸' - 괴한 피해 비밀의 방에 숨지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패닉룸' - 괴한 피해 비밀의 방에 숨지만…

입력
2002.06.13 00:00
0 0

누구나 집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바쁜 하루 일과에 지친 심신을 쉴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집 안에 있으면 집 바깥 세상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남의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누군가가 집에 침입했을 때, 집이 위험한 공간이 되었을 때 집 안의 사람들은 대단한 공포를 느낀다.

더구나 그 집에서 도망쳐 나올 수 없다면 두려움과 긴장은 배가된다.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하고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패닉 룸’은 바로 이런 공간과 심리에 관한 스릴러다.

영화 속 주인공의 집은 그 어떤 집보다 안전하다. 남편과 이혼한 멕(조디 포스터)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딸과 단둘이 살기 위해 뉴욕의 4층짜리 저택을 구입한다.

3층에는 4면이 두꺼운 콘크리트로 된 패닉 룸이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8개의 모니터에 별도의 전화선과 환기 시스템, 물과 비상약 등이 있어 몇 주일까지도 까딱없이 버틸 수 있는, 완벽한 방공호 같은 곳이다.

이사 온 첫날 밤, 버냄(포리스트 휘태커) 등 도둑 세 명이 침입하고 모녀는 간신히 패닉 룸으로 몸을 피한다.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며. 하지만 침입자들이 노리는 것은 전 주인이 패닉 룸에 숨겨놓은 거액의 돈. 전화선을 끊고, 환기구로 가스까지 주입해가며 어떻게든 모녀를 끌어내려는 괴한들과 패닉 룸을 사수하려는 모녀 사이에 머리싸움은 계속된다.

‘세븐’으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정교하면서도 빠른 카메라를 통해 양자간의 긴장관계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빛과 어둠을 정밀하게 계산해 움직이는 카메라는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을 다양하게 잡아내는 것은 물론 4층을 수직으로 오르내리고 한 지점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 꽂히기도 한다.

개성 있는 형식에 비하면 내용은 다소 진부한 편.

‘세븐’과 같은 독특한 반전은 없다. 특히 멕이 패닉 룸 바깥으로 탈출하고 괴한들이 딸과 패닉 룸 안에 갇혀, 끌어내고 지키려는 관계가 역전된 이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릴러의 공식을 답습한다.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

그래도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되는 건 전적으로 배우 조디 포스터 덕분이다.

두려움과 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이 교차하는 섬세한 표정과 몸을 아끼지 않는 격한 액션 연기가 아버지 없이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는 실제의 강인한 이미지와 겹쳐져 거부하기 힘든 흡인력을 발휘한다.

니콜 키드먼이 촬영 초반 부상으로 도중 하차해 급작스레 대타를 맡았고 촬영 중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인다. 미국에서는 2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