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대주주의 경영 투명성 논란을 빚어온 본텍(옛 기아전자) 합병을 포기했다.현대모비스는 12일 “전장사업 분야 확대 발전을 위한 생산기반으로 본텍 합병을 추진했으나 순수한 동기와 목적이 왜곡되고, 기업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해 합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본텍 합병은 안건으로 상정 조차 되지 않았다.
그동안 증권가와 업계에선 본텍 합병시 현대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아들 정의선(鄭義宣) 전무가 막대한 단기차익을 얻고,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10월 본텍 유상증자 때 약 42%의 지분을 확보한 정 전무는 현대모비스와 본텍이 3대1 정도로 합병할 경우 300억~400억원의 단기차익과 함께 현대차 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 2%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카트로닉스연구소 설립과 일본 알파인사와의 제휴를 통해 연구ㆍ개발(R&D) 체제를 갖춘 이후 생산기반 확보 차원에서 본텍을 합병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최근까지 삼일회계법인을 통한 평가작업과 애널리스트ㆍ펀드매니저의 동의를 구하는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식을 매도했고, 시장 분석가들도 현대모비스의 적정주가를 하향조정하는 등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기아차가 16.44%, 정 회장이 8.04%, INI스틸이 6.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기아차는 현대차(36.33%)가, 현대차는 현대모비스(11.49%)가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현대차 그룹 전체는 정 회장이 지배하는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격으로 상호순환되는 지분구조를 띠고 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본텍은 차량용 오디오 비디오 전문생산업체로 1997년 부도 이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로 회생, 지난해 1,250억원의 매출과 137억원의 순익을 낸 알짜 기업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측은 “이번 본텍 합병 포기 결정은 ‘시장과 투자자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정 회장의 경영방침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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