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담(柳志潭) 중앙선관위원장은 12일 오전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선거 때마다 나오는 담화지만 이날은 과거와는 또 다른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중앙선관위관계자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비슷한 시각, 여의도 정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세력에게 또 다시 국가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예의 부패정권 심판론을되풀이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재신임을 묻겠다”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로여기지 않는, 국민의 선거 무관심을 오로지 월드컵 탓만으로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정치권의 풍경이었다.
애초부터 각 정당은 이번 지방선거를대선을 앞둔 힘겨루기로 생각했다. 각 유세장에서는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의 구호가 맞부딪쳤을 뿐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지방선거 원래의의미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대통령 후보까지 정해진 가운데 치르는 선거인 만큼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정치권 나름의 입장이다.
또 대통령 후보간의 대결 구도로몰아가야 하는 선거전략은 냉엄한 현실정치의 필요이가도 하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내 고장 살림을 맡길 인물을 뽑는 선거”라는 입에 발린말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정치는 따로 놀았는데, 지방 살림꾼을 뽑아야 하는 선거일은 왔다. 아무리 월드컵대회가 재미있고, 정치권이 못마땅하더라도 내 고장을 위한 주권 행사를 포기할 일은 아니다.
오늘은 30분 동안이라도 월드컵을 잊자고 말하고 싶다.국민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치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풀뿌리부터 움직여야 희망이 있다. 국민이 앞장 서서 정치권을 이끌려면 오늘 투표하자.
최성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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