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쳐 본 파70 코스중 가장 어려웠다. 블랙코스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타이거 우즈(미국)는 2주전 처음으로 이 곳에서 연습 라운드를 가진 후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토로는 11일 연습 라운드를 가진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아마 가장 힘든 토너먼트가 될 것이다. 장비를 잘 챙겨야 할 것 같다.”
첨단과학과 원시의 격돌. 미 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02회 US오픈(총상금 550만달러ㆍ우승 100만달러)은 첨단장비로 무장한 인간의 도전심과 정복당하기를 거부하는 자연의 섭리가 맞닥뜨릴 또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13일 밤(한국시간)부터 4일간 열리는 US오픈은 깊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전통과 권위때문에 브리티시오픈과 양 봉우리를 이루는 초특급대회. 올해에도 미국 전역에서 치른 예선에 8,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을 정도로 최다 규모를 자랑한다.
‘야수’ 코스와 첨단과학의 대결
US오픈은 ‘코스와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혹독하게 어려운 코스에서만 개최,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로도 명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온갖 난이도를 높이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페블비치도, 서던힐스도 각종 첨단과학을 응용한 신무기 앞에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블랙코스는 이런 까닭에 더욱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당대 최고의 골프 달인조차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이 곳은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내에 있는 골프코스이다.
일단 ‘야수(beast)’로 불리는 별칭부터가 심상찮다. 파 70임에도 전장이 7,214야드나 되는 PGA 투어사상 가장 긴 코스이다.
페어웨이는 시골길 왕복 2차선보다도 좁으며 벙커와 발목까지 덮는 러프가 빈틈없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단단한 그린의 빠르기는 얼음장같다.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마치 샷이 땅콩버터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즈, 타이거슬램 아닌 그랜드슬램으로
우승후보 영순위는 역시 우즈이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제패한 우즈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진정한 그랜드슬램을 향한 반환점을 돌게 된다.
“우즈와의 대결은 힘든 도전이자 해 볼만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필 미켈슨(미국)이 ‘메이저 무관’의 한을 씻을지 여부도 관심사이고, 대회 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듀발,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등의 발걸음도 지켜볼 만하다.
지난 해 60㎝ 짜리 챔피언 퍼트를 놓쳐 18홀 연장전을 벌인 레티에프 구센(남아공)의 2연패 달성에도 도박사들은 돈을 걸었다.
올해 PGA 투어 대회 챔피언의 관록을 붙인 최경주(슈페리어)가 어떤 성적을 남길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거리다. 예선을 거쳐 2년 연속 출전하는 최경주는 지난 해 컷오프당했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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