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미 시카고 오헤어 공항. 스위스발 항공기가 도착하자 입국장 주변에 포진해 있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긴장된 눈으로 거무튀튀한 얼굴의 한 30대 초반 남성을 뒤쫓았다.입국 수속을 마친 이 남자가 공항을 빠져나가려 하자 요원들은 일제히 그를 덮쳤다. 2주 간에 걸친 ‘더러운 폭탄’ 용의자인 호세 파딜라(아랍명 압둘라 알 무자히르) 체포 작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미 언론들은 11일 FBI의 파딜라의 체포 작전 전말을 자세히 보도했다. 통상 스파이 검거 작전의 자세한 내막은 공개 않는 FBI가 검거 과정을 언론에 흘린 것은 9ㆍ11 테러 사전 정보를 소홀히 취급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을 만회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보기관의 안테나에 미국인 1명이 ‘더러운 폭탄’ 테러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포착된 것은 4월 하순.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알 카에다의 3인자 아부 주바이다의 진술이 토대였다. 주바이다는 그러나 용의자의 이름은 대지 않은 채 대충 신체적 특징만을 진술했다.
그러나 이같은 진술만으로는 용의자를 붙잡지 못할 것이라는 주바이다의 계산은 착각이었다. FBI는 관타나모 기지 등에 구금 중인 또 다른 알 카에다 요원들에 대한 추가 신문과 축적돼 있는 자료를 검색한 결과 용의자가 파딜라임을 확인했다.
주바이다는 파딜라의 사진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노련한 취조 요원은 주바이다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언뜻 스치는 것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FBI는 파딜라의 소재를 추적했지만 지난해 파키스탄으로 출국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러나 이때 운좋게도 4월 말 파딜라가 파키스탄에서 여권 위조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즉시 현장에 급파된 요원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공범을 확인하기 위해 검거를 미룬 채 24시간 미행감시에 들어갔다. 마침내 5월 8일 파딜라가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해 미 시카고행 비행기에 탑승하자 요원들도 동승했다.
요원들은 사전에 스위스 공항 당국의 협조로 그의 짐과 신발 등을 철저히 검색했음은 물론이다. 파딜라는 공항에서 접선한 사람이 없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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