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미국 전이 열린 10일 충북지역의 한 여고. 1,2학년은 물론 고3생들까지 등교 직후부터 ‘월드컵 얘기’에 몰입하는 바람에 수업진행은 헛발질만을 계속했다.결국 학교측은 특별활동(HR)을 경기 시간으로 돌려 교실에서 TV중계를 보게 했지만, 학생들의 성적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까 걱정이 태산이다.
이 학교 3년 담임 L교사는 “여학생들이 이 정도이니 남학생들은 오죽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중대사를 눈앞에 둔 고3 수험생들 마저 ‘월드컵 열병’을 앓고 있다. 마무리 학습에 매달려야 할 시기이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책 보다는 월드컵에 푹 빠져 있어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고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폴란드전이 열렸던 부산의 Y고도 마찬가지. 3년 담임 P(42)교사는 “월드컵 개막 후 부터는 수업 전이나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월드컵 얘기에 빠져드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부쩍 늘어나는 등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더욱 애가 탄다. TV중계 시청에 만족하지 않고 길거리 응원에 나서 시간과 체력을 소진하는 수험생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43ㆍ여ㆍ서울 송파구)씨는 “고3 아들이 어제(10일) 광화문까지 갔다올 정도로 넋이 나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 오모(45ㆍ여ㆍ서울 강남구)씨는 “올림픽이 열린 1988년 남학생의 수능성적이 낮게 나왔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어 걱정”이라며 “아예 경기 시청을 금지할 수도 없어 애간장만 끊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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