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가 쏟아낸 공약 중 청계천 복원 문제가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이 후보는 “임기 내에 청계천을 복원, 도심 한복판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교통대책, 보상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의 계획수립과 시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졸속ㆍ전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청계천 복원 여부는 그것이 환경공약이냐, 아니면 개발공약이냐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는데 이 후보의 정책 자료집이나 TV토론 발언을 종합해도 이 부분이 매우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영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청계천을 만들려면 맑은 물 대책이 절실한데 이 대목은 상당부분 생략돼 있고 이 후보측이 유권자들에게 발송한 선거공보에는 청계천 복원 문제가 일자리 창출, 즉 개발공약 항목에 들어가 있다. 이 후보의 공약이 토목ㆍ건축업자, 건설 노동자, 청계천 일대 땅 주인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후보의 공약 가운데 그 실현 가능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시민영어캠프 설립 등이다. 김 후보는 시민영어캠프를 서울 전역에 몇 군데나 설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실한 구상이 없다. 또 이 캠프로 해외어학 연수기능을 대체,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목표가 실제로 적중할 수 있을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재정 상태와 능력을 감안할 때 양측의 주장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 공약도 상당하다. 이 후보는 서울시 예산을 매년 1조원 절감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강변 부양식 화장실 설치안 폐기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예산 절감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상경비의 총액관리 ▦각종 공사의 경영 합리화▦시 재정 운영방식 통합 등 추상적인 원칙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청계천 복원 비용을 가장 낮게 잡아도 3,600억원이 드는데 이러한 개발 공약과 예산 1조원 절감은 모순된다.
김 후보가 월드컵 분위기에 맞춰 제시한 1 구 1 잔디구장 건설 공약도 상당한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업이다. 김 후보는 잔디구장을 건설할 수 있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가 임기 내에 서울시내 버스 8,500대를 모두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겠다고 한 공약도 공격을 받고 있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조기 교체를 주장하지만 이 경우 3,000여대의 시내버스는 차량 수명 이전에 교체를 하게 돼 1,000억원 정도가 손실이라는 것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