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경기가 열린 10일. 신문사에는 생각지도 못한 재일동포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일본 지상파 TV에서 중계를 하지 않는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내용이었다.국내 축구팬들도 비슷한 항의를 해왔다. 이들의 항의에는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일본의 무관심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있었다.
일본 지상파 TV는 이날 열린 3경기 중 유독 한국- 미국전만 중계하지 않았다. 튀니지-벨기에전은 TV도쿄, 이어 열린 포르투갈-폴란드전은 NHK가 생중계를 했다.
한국-미국전은 일본 지상파 TV와 별개로 64개의 전경기를 중계하기로 한 유료통신 위성채널인 스카이 퍼펙트TV에서만 볼 수 있었다.
결국 한국경기는 극소수의 가입자만 볼 수 있었다. 4일 일본의 첫 경기인 벨기에전과 9일의 러시아전을 우리 지상파 TV가 3개 채널에서 난리를 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일본 지상파 TV는 우리나라와 달리 월드컵 전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다. NHK를 포함한 5개 방송으로 구성된 재팬 콘소시움이 40경기만을, 그것도 채널 중복없이 나눠 중계한다.
때문에 22경기는 심야시간 ‘하이라이트’로만 시청이 가능하다. 한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기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중계를 하기도 하고 빼버리기도 했다.
한국-폴란드전이나 14일에 있을 한국-포르투갈전, 중국-브라질전은 중계를 하고 중국의 경우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터기전도 빼버렸다. 처음부터 중계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지상파 TV가 처음부터 한국이나 중국의 경기에 관심이나 배려가 없었다는 얘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포루트갈의 경기니까 중계하고 스타들이 즐비한 브라질이니까 중계한다는 식이다. 1일의 사우디아라비아-독일전도 독일축구를 보여주기 위한 중계였다.
결국 인기 있는 국가들의 경기위주로 중계 계획을 짠 셈이다. 그래야만 시청률이 높을 것이란 얄팍한 계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원한 라이벌인 한국축구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을 생각하면 한국-미국전을 뺀 것은 패착이다.
더구나 두 나라가 지난 역사의 앙금을 씻고 화해와 협력을 이루자며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이 아닌가.
그 뜻을 외면해버린 듯한, 아니면 공동개최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일본의 지상파 TV.
거기에 비해 우리 TV는 마치 일본이 함께 이기고 16강에 진출해야 할 형제처럼 호들갑을 떤다. 우리만의 착각은 아닐까.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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