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널리스트가 외국계 증권사의 ‘글로벌하우스’에 비해 분석정보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핑계입니다.”5월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은 임춘수(林春洙ㆍ37) 상무는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주가가 외국계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한장에 뿌리째 흔들리는 게 우리 증시의 현실”이라고 지적한 뒤 국내 리서치센터의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꼬집었다. 반도체나 철강, 석유화학 등은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업종인 만큼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오히려 외국계를 리드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국내 최대증권사 리서치팀을 이끌게된 그에게는 실력 못지않게 이 같은 자신감이 짙게 배어있다. 그는 고교 1년 시절 학교생활이 답답해 자퇴, 대입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재학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졸업과 함께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에 취직했다. 하지만 뭔가 성에 차지않자 이듬해 도미, 2년 만에 MBA를 따낸 뒤 KPMGㆍ프루덴셜증권ㆍ골드만삭스 등에서 회계사ㆍ펀드매니저ㆍ애널리스트 등 역할을 바꿔가며 10여년간 일해왔다.
그러다가 그는 2000년 뜻한 바 있어 인터넷 교육 벤처기업인 배움닷컴을 창업, 잠시 ‘외도’했다가 2년만에 다시 증권업계로 돌아왔다. “우리 증권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원자재(기업정보)’를 갖고도 가공ㆍ포장하는 역량이 부족해 외국계에 눌리는 것을 늘 아쉽게 여겨왔다. “그간 일부 주요 증권사의 해외 영업 성과라는 것도 리서치 생산물을 이용한 세일즈에 의한 것 보다는 주주나 임원 등의 인간관계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며 “그러다 보니 ‘아시아머니’ 등 주요 글로벌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국내 애널리스트가 거의 랭커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CEO로부터 “국내 1등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그것만 생각한다는 임 상무는 “리서치센터의 개혁과 경쟁력은 단순히 제도나 인프라의 문제를 넘어 연구원 개개인의 연구 패턴의 문제”라며 “삼성이 왜 나를 선택했는 지 모르지만 내가 삼성을 선택한 이유는 경영진의 의지와 자금 여유, 연구원들의 자질 등 모든 면에서 외국계와의 경쟁에 나설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증시와 관련 임 상무는 “연 6~7%대의 성장률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실적 역시 개선되는 추세인 데다 주요업체의 주가수익률(PER)이 10배 내외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라고 긍정론을 편 뒤 “외국인들의 입김이 클 수 밖에 없지만 뉴욕 시황에 따라 서울 증시가 일희일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약력
▦1965년 인천 생 ▦ 연세대 경영학과, 미 버클리 대학원 경영학석사 ▦1985~86 영화회계법인 ▦88~89 KPMG Peat Marwick,Auditor(CPA) ▦90~91 프루덴셜 증권(애널리스트) ▦91~94 SEI 애셋코리아(펀드매니저) ▦94~98 골드만삭스(홍콩) 한국 스트래티지스트 ▦98~ 2000 골드만삭스(서울) 리서치 헤드 ▦2000~2002 배움닷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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