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결석하면 안될까.”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오는 14일 일본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인 튀니지 전을 보러 가겠다고 나섰다가 당 중진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1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10일 기자들에게 “내가 경기장에 가면 일본이 지지 않는다”면서 “국회가 허락해준다면 튀니지 전도 가고 싶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오오시마 다다모리(大島里森)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원내총무)은 “제발 참아달라”며 펄쩍 뛰었다.
14일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처한 유사(有事)법안 중앙공청회와 건강보험법개정안의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 여당 단독 표결통과가 예상되는 등 자민당에게 중요한 국회일정이 몰려있는 날이다.
19일로 끝나는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판에 당총재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금까지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4일 벨기에전, 9일 러시아전 등 일본 경기가 열린 경기장을 빠짐없이 찾았다.
그때마다 그는 메가폰으로 함성을 지르거나 자리에서 뛰어오르는 등 요란한 몸짓으로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전에 승리한 날은 선수탈의실을 찾아 “감동했다”며 상반신 알몸인 선수들을 껴안으며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10일밤 총리관저에서 자민당 당5역과 가진 만찬회동에서 “경기장에 가고 싶은데 야당에 말이라도 걸어볼 수 없을까” 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발언을 했다.
자신이 관전한 경기는 언제나 일본이 이기거나 비겼다는 ‘고이즈미 징크스’를 내세우며 경기가 벌어지는 오사카(大阪)의 지역관계자들이 “행운을 가져다주므로 와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지율 급락 등 곤경에 처한 고이즈미 총리가 치솟고 있는 월드컵 일본 대표팀의 인기를 빌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순발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이 사라지고 국회에서는 질문과 관계없는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해 정가에 ‘피로설’이 나돌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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