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ㆍ미전이 열린 대구월드컵경기장.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관중들의 술렁거림과 함께 거대한 물결처럼 초대형 태극기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나부꼈다. 도심 곳곳의 전광판 화면을 가득 채우며 미국 선수들과 응원단조차 넋을 놓게 만든 이 초대형 태극기의 비밀은 뭘까.3월 월드컵을 앞두고 ‘붉은 악마’ 신인철 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 초대형 태극기의 크기는 가로 60㎙ 세로 40㎙, 무게는 1.5톤. 일반 가정용 태극기의 4,444배 규모다. 제작 비용만 1,100만원으로 가정용 태극기 2,500여장을 살 수 있는 액수다.
게다가 모두 펼칠 경우 넓이가 2,400㎡(727평)에 달해 30평짜리 아파트 28채를 너끈히 덮을 수 있다. 6,000여명의 관중이 확보되지 않으면 펼칠 엄두도 못 낸다. 접어서 이동할 때도 40여명이 달라붙어야 가능할 정도.
이 태극기는 붉은 악마 대구 지부의 의뢰를 받은 대구의 태극기 제작전문업체 D사 직원 20명이 1주일 동안 꼬박 매달려 만든 역작이다. 훼손 우려 때문에 천을 이어 붙이지 않고 거대한 통천에 그대로 인쇄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태극기에 사용된 원단은 완벽한 방수 능력을 자랑하는 방수 체육복 원단이어서 가볍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끄덕 없는 비장의 응원 도구인 셈.
이 초대형 태극기는 4월2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던 한ㆍ중 평가전에서 첫 위용을 과시했다. 당시 붉은 악마가 서비스 차원에서 가로 12㎙ 세로 8㎙짜리 오성홍기를 펼치자 환호하던 중국 응원단은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등장한 초대형 태극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
16강 진출을 위한 결전의 날을 앞두고 이 초대형 태극기는 포르투갈 선수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붉은 악마 인천지부로 향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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