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한국증시에 대해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갈수록 좋아지고 증시도 2달간의 조정을 거치면서 바닥을 다졌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에는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이 타당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변수가 많아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편다.■외국계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
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은 11일 한국투자전략 보고서에서 12개월 한국 종합주가지수 목표치를 기존 1,080에서 1,140포인트로 상향조정했다. 최근 2개월에 걸쳐 종합주가지수가 17%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한국 기업의 올해 이익성장 및 가치를 감안할 때 너무 심한 조정이었다는 이유에서다. SSB는 또 “현재 지수가 바닥이라는 강한 믿음에 변함이 없다”며 종합주가지수는 추가적으로 41%의 상승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증권사도 지난 주말 보고서에서 향후 4~6주간의 조정 압력은 불가피하지만 하반기중 한국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달 중순쯤 경기관련 악재가 증시에선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달 초부터는 공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은 7일자 보고서에서 “외국인들의 한국 비중이 연초 수준과 비교할 때 높지 않은 만큼 외국인의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만큼 한국 증시의 ‘비중 확대’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UBS워버그 증권도 11일 “한국 시장이 9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등에 힘입어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메릴린치는 최근 한국 모델 포트폴리오 내 주식투자 비중을 90%에서 100%로 높일 것을 제안하고, 삼성전자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의 투자비중을 확대했다.
■변수는 여전히 많아
외국계들의 낙관적인 증시 전망은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향상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 경기와 미국 증시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여진다. SSB증권은 낙관론의 근거로 미국 경기의 점진적 회복에 따라 한국의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삼성전자 등 수출관련 기업의 실적이 대폭 호전 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이하로 떨어지는 등 조정을 통해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는 상황.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가하락으로 한국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정도에 불과하다 보니 경쟁 국가에 비해 가장 싸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 변수가 여전히 많은 만큼 일방적인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많다. ▦원화가치의 지속적 상승 ▦국내소비 둔화 가능성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우려 등 그동안 주가 상승을 어렵게 했던 우려 요인들이 여전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화증권 허경량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실적에 바탕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분석에 공감 가는 점은 있다”면서 “이머징마켓펀드에서 한국 비중은 현재 19.5%정도로 상당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비중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국내 증시 상승에 중요한 요소인 미국 경기와 미국 증시의 회복 여부가 아직은 불확실한 상태”라며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비롯한 수급 문제, 연말 대선을 앞둔 하반기 불투명성 등 하반기 랠리를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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