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에어컨 선풍기에 밀려 자취가 사라져가는 부채는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일상용품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 훌륭한 종합예술품이었다.신분과 권위의 상징에다 패션의 기능을 더해, 시대ㆍ지역별로 공예와 미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해온 매체이기도 했다.
한빛문화재단 화정박물관이 월드컵 기획전으로 12일부터 개최하는 ‘유럽과 동아시아 부채전’은 동서양 부채예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진귀한 자리이다.
재단 소장품 300여 점과 한광호 이사장이 40여 년간 수집한 800여 점 중 226점을 엄선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유럽 각국과 미국, 라틴아메리카 부채들이 망라됐다.
르네상스 이후 여성의 필수적인 액세서리였던 유럽 부채는 부채살과 갓대를 금은 칠보 상아 등으로 제작한 기술은 물론 화려한 채색ㆍ석판인쇄 그림으로 장식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리스ㆍ로마 신화나 성경 이야기, 궁정 생활과 역사적 사건이 모두 부채그림의 소재였다.
11~12세기 고려를 통해서 중국으로 쥘부채(摺扇ㆍ접선)가 전해졌다. 둥근부채(團扇ㆍ단선)밖에 없었던 중국의 이후 명, 청대 문인들에게 접선의 부채면 서화 그림은 대유행이 됐다.
한국 부채로는 전통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파초선 태극선 효자선의 단아하고 다양한 형태와, 김용진 이상범 김기창 등 근대 이후 명서화가들의 석란도, 산수도, 산수인물도 부채가 선보인다.
9월 29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 문의 (02)2287-2991~6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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