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전문회사 오뚜기 본사 직원 100여명은 매월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 강당에 모여 ‘애국조회’를 갖는다.함께 모여 애국가를 부르는 이 행사는 오뚜기가 20년 가까이 거대 다국적 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 국내 소스시장을 ‘외침(外侵)’으로부터 지켜낸 자부심을 되새기는 자리다.
굴지의 국내기업들이 속속 외국자본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제과 등 토종 브랜드들이 꿋꿋하게 국내식품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 오뚜기-외국기업과 2차례 혈투…소스시장 80%이상 점유
현재 400여 종의 제품을 내놓고 있는 오뚜기는 마요네즈와 케첩 등 1,000억원에 달하는 소스시장에서 80%이상의 점유율을 유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오늘의 오뚜기가 있기까지에는 다국적 기업과 2차례의 혈투가 있었다.
1회전은 1981년 ‘베스트푸드’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CPC인터내셔널이 ‘크노르’제품으로 마요네즈 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작됐다. 막강한 자본력과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개발한 고소한 맛의 제품으로 CPC는 순식간에 35%의 시장을 잠식했다.
10년 가까운 싸움 끝에 오뚜기는 90년대 초반부터 80%대의 점유율을 회복했고 CPC는 96년 패배를 공식선언, 미국으로 철수했다.
케첩시장에서도 오뚜기는 세계 최대 업체 하인즈사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1985년 국내업체와 합작으로 들어온 하인즈의 공격으로 오뚜기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영업사원을 총동원한 대대적 마케팅으로 5년 만에 다시 점유율을 회복했고, 하인즈는 두 손을 들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오뚜기의 함태호(72) 회장은 “모든 임직원이 외국업체에 식품시장을 뺏기는 것을 수치로 여겨 초인적 정신력을 발휘한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 동서식품-숭늉 구수함 커피에 접목…네슬레 파상공격 막아내
인스턴트 커피시장에서는 동서식품이 세계적 기업 네슬레의 파상공격에도 불구하고 65%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며 선전하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숭늉의 구수한 맛을 커피에 접목시키는 등 외국계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제과-유통망 무기 브랜드 맞불…외국계 건과 명맥만 유지
건과시장에서도 토종 브랜드들이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90년대 초반 미국의 나비스코사가 ‘리츠’와 ‘칩스 아오이’ 등을 국내시장에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롯데제과는 ‘제크’와 ‘칩스’로 대응, 외국제품을 퇴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리츠 등은 현재 편의점에서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토종 식품업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유통망이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유통망이 허약한 동남아나 중국 등은 외국 자본에 쉽게 무너지지만 국내시장은 어림없다”고 자신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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