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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거의 위기

입력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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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말할 차례가 왔다. 바로 선거가 다가왔다.선거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직접참여이다. 시민이 말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장치이다. 월드컵 축구에서 보이고 있는 폭발적 응원 열기는 다름 아닌 참여의 열기이다.

지금 이 참여의 힘이 한국축구의 16강 가능성을 받쳐주고 있다. 참여로 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치혐오는 정치의 잘못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를 바꾸려면 시민의 참여로만이 가능하다.

누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말이고 모두가 아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거가 내일인데 싸늘한 냉기는 가실 기미가 없다. 선거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지지대상을 못 정한 대규모의 부동층이 출마자들의 속을 태운다.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이 사상 최저라 했는데, 이번에는 이 기록을 경신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 지경이 된 것이 월드컵 열기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양대 행사가 오래 전에 동시에 예정돼 있었다면 미리 두 가지를 분리라도 해 놓았어야 했다.

그러나 한때 정치권의 이 논쟁은 또 하나의 정쟁에 불과했던 기억이 있다. 선거열기가 없다고 정치권이 안타까워 할 일도 못 되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럼 월드컵축구가 없었다면 달랐을까.

월드컵축구의 이면에서 선거판은 나름대로 뜨거웠다. 저질폭로와 흑색선전, 몰염치한 사실무근의 비방과 맞비방, 대통령선거식의 세몰이 운동으로 나름대로 뜨거웠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유권자들을 정치에서 내몰아 오던 똑같은 방식으로 정당들은 혼자 뛰었다. 축구라도 없었으면 유권자들은 정치오물 공세 속에서 매일매일 혀를 차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극도의 혼탁과 오염세례 속에 출구가 안 보이는 답답함을 다시 절감했을지도 모른다.

3김정치를 욕하지만 3김정치의 국민기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김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 지지였고, 이는 정치참여를 묶어내는 매개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정치에 절대적 지지가 합당한 스타가 없다. 노무현씨가 바람을 일으켜 신선했던 적이 있지만 그 지지는 허무한 지지였음이 드러났다.

이회창씨가 회복세에 올랐다지만 있던 지지 묶어서 몸단속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시민들에게 정치참여를 유발할 동기가 정치권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긴 대권게임에나 익숙한 우리 유권자들이 구의원 뽑는 지방선거에 냉담한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내일 선거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이 출현한 참여와 표현의 시대에 최악의 외면으로 기록되는 선거가 있다는 건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정치가 나를 버려 나도 정치를 버렸다. 그래서 그런 역설 쯤이야 아랑곳 없다면 그런 불참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한번 생각해 보자.

저 사람들을 시민을 자본으로 정치사업하는 사람들 정도로 한 번 보자. 나를 밑천으로 한 몫 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만 있기만 할 일인가.

지방선거가 성에 안 찬다면 대권 따지는 일이라고라도 여겨보자. 그리고 자문해 보자. 달라지길 원하는가.

참여해야 달라진다. 인터넷으로 선관위 홈페이지라도 잠시 훑어 보면 심판과 감시가 필요한 후보자가 가려진다. 때로 민주주의는 차선(次善)이 아니라 차악(次惡)의 선택이다.

조재용 정치부장기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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