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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함성 현장서 미술축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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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함성 현장서 미술축제 열린다

입력
200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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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서만 월드컵이 열리는 게 아니다. 미술도 화랑과 미술관을 뛰쳐나와 붉은악마가 운집하는 서울 한복판, 쓰레기로 뒤덮였던 난지도를 문화월드컵의 현장으로 변모시킨다.광화문 일대에서는 30일까지 공공미술 전시기획팀 아트컨설팅서울이 주최하는 거리조각전 ‘안녕하세요’가 열리고 있다.

지루하고 답답하고 무미건조한 서울의 하루하루, 다른 삶을 꿈꿔온 이들에게 월드컵을 계기로 생의 활기를 되찾아주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기획이다.

광화문 네거리의 흥국생명빌딩, 금호빌딩, 광화문빌딩, 교보빌딩 옆 도로와 녹지가 전시공간으로 변했다.

조각가 김석 김일용 문병두 정국택, 설치작가 김준 배영환 이대일, 3D 애니메이션의 전수현 8명 참여 작가는 공통적으로 샐러리맨으로 표상되는 도시인을 짓누르는 일상, 그들이 추구하는 부와 권력이라는 욕망, 그것들로부터의 탈출 욕구를 형상화한다.

김준은 흥국생명빌딩 앞에 ‘하늘’이라는 이정표를 설치했다. 남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하늘’과 ‘sky’라는 글자를 새기고 굵직하게 하늘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넣었다.

도로 표지판만 살피며 눈앞의 일에만 쫓겨 급급해하지 말고, 바쁜 일상에서도 가끔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살자는 제안이다.

이 이정표는 흥국생명빌딩 측면에 최근 설치가 끝난 미국의 세계적인 조각가 조너선 브롭스키의 높이 23m, 무게 7톤짜리 대형 철제 조가 ‘망치질하는 사람’과 어울려 가슴 후련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거리조각전은 이밖에 도시인의 욕망이 허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김석의 ‘황금알과 의자’ “서기 2002년 이곳은 서울의 중심지로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던 곳입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배영환의 ‘미래’ 등을 전시한다.

낯익기만 하던 광화문 거리가 조금만 눈여겨 보면 어느새 생을 반추하게 하는 예술의 공간으로 바뀐다.

서울 상암경기장 인근 월드컵공원에서 25일까지 열리는 깃발미술축제 ‘바람의 시(詩)’는 월드컵 참가 32개 국을 포함한 세계 45개국 500여 명의 작가가 함께 만든 FIFA 공인 문화행사이다.

해발 90m의 쓰레기 산이던 난지도에 조성된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 전역이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로 뒤덮여있다.

공원 입구의 육교는 우주의 열림을 상징하는 우리의 전래 오방색(五方色)인 청(동) 백(서) 적(남) 흑(북) 황색(중)의 수천 점 깃발로 뒤덮여 장관이다.

진입로는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는 국내 저명 서예가들이 길이 6m의 원색 깃발에 쓴 ‘축하 휘호전’이 장식한다.

피크닉장은 김춘옥 서승원 오승윤 이두식 이종상 차대영 하철경 홍재연 등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300여 명과, 이탈리아의 ‘23인 시인 그룹’ 등 외국 초대작가들의 창작 깃발로 물들어 현대미술의 흐름을 그대로 접할 수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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