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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권 하이닉스 손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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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권 하이닉스 손떼라

입력
200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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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호(號)’는 지금 표류중이다. 사공이 많아진 탓에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매각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외치던 옛 사공(정부ㆍ채권단)의 목소리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대신 새 사공(노동계 소액주주 및 정치권)들의 독자생존 주장만 요란해지고 있다.

눈여겨 볼 곳은 정치권이다. 마이크론과 매각협상이 한창 무르익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여ㆍ야지만 지금은 경쟁이라도 하듯, 독자생존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 있다.

6ㆍ13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하이닉스 사업장이 위치한 이천(경기)ㆍ청주(충북)지역을 겨냥한 득표전략 차원임은 말할 것도 없다.

독자생존이 지역주민의 바람이라면, 출마자가 그 뜻을 따르는 것을 경제논리에 반한다고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어차피 단체장에겐 국가적 부실 보다 지역의 고용이 더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ㆍ야의 독자생존 주장이 과연 지킬 수 약속이냐는 점은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단언컨대 정치권은 이 공약을 이행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정치권은 독자생존론의 논거로 ‘128메가 D램값이 5~6달러되면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행하게도 2달러대로 떨어져있는 D램가격을 5~6달러로 끌어올릴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정치권에는 없다.

매각이든, 생존이든 하이닉스의 미래는 시장이 판단할 문제다. 시장밖의 다른 힘이 끼어 들어서도, 끼어 들수도 없다. 갈수록 휴지조각이 되어가는 하이닉스 주가는 현재 시장이 정치권의 공약에 얼마나 냉소적인가를 잘 말해준다.

하이닉스를 꼭 살려야겠거든 정치권은 독자생존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 그런 수단이 없다면, 이젠 하이닉스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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