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문명의 풍요를 누리는 21세기 지구촌의 최대 적은 굶주림이다’.10일 이탈리아에서 4일 일정으로 막을 올린 세계식량정상회담(World Food Summit)이 채택한 핵심 의제다. 지난해 11월 열려다 9ㆍ11 테러로 연기된 이번 대회에 참석한 세계 180여개 국 정상 또는 정부 고위 대표들은 지구촌의 식량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세계 인구 60억 명 중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모두 8억 명. 특히 모잠비크 잠비아 등 아프리카 남부 6개국에만 서울 인구에 맞먹는 1,200만 명이 당장 굶어 죽을 처지에 놓여 있다.
기아의 원인은 가뭄과 홍수 등 천재지변에 정부의 무능력과 경제 불안 등이 맞물려 있다.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는 8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계속되는 인구 증가로 지역 주민들이 물을 마구 끌어다 쓰면서 세계 주요 하천이 말라붙고 있어 식량 생산 및 인류 생활 수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도시화 확대로 농토가 급속하게 잠식당하고 있는데다 세계 농토의 약 10%가 염분화 현상으로 사막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편 FAO는 급속도로 확산되는 에이즈가 농촌 노동력의 상실로 이어져 농촌의 황폐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996년 로마 식량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바 있는 기아 대책의 구체적 실천 방안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2015년까지 8억 명의 기아 인구를 절반(4억 명)으로 줄이기 위한 관건은 재원 마련과 각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계획대로 매년 기아 인구를 2,200만 명씩 줄이려면 매년 1,800억 달러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FAO는 “선진국이나 개도국에서 기아 퇴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다”고 개탄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