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따라다니는 각종 징크스가 16강 문 앞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는 각국 대표를 울고 웃기고 있다. 한일월드컵대회에서 악령 같은 징크스를 시원하게 탈출한 팀들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환호한 반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불행에 또다시 눈물을 삼켜야 하는 팀도 잇따르고 있다.한국이 1승 징크스를 48년 만에 깼고 스페인이 첫 경기 징크스를 벗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는 또다시 개막전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 아르헨티나를 격파한 잉글랜드도 유독 스웨덴에는 약한 바이킹 징크스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폴란드는 한국에 져 개최국 징크스에 울었고 아일랜드는 남은 경기에서 2골 징크스를 털어버리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머피의 법칙이 주로 자연현상에 대한 것이라면 징크스는 주로 심리적 산물이다. 스포츠에 징크스가 유난히 많은 까닭도 이 때문. 선수들에게는 징크스가 잔인한 것이지만 축구팬 입장에서는 관전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요소다.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팀이 승리한다’든지 ‘득점왕은 6골밖에 못 넣는다’‘상대팀 골대를 먼저 맞히면 패한다’는 월드컵 징크스가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관심이다.
전대회 우승국이 자동적으로 본선에 진출, 개막전을 벌여온 74년 월드컵이후 우승국의 전적은 2승3무2패로 졸전을 거듭해왔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패해 개막전 징크스에 1패를 더 보탰다. 34년간 11번의 대결에서 스웨덴을 꺾지 못한 잉글랜드도 조별 예선 1차전에서 1-0으로 앞서다 후반 동점골을 내줘 징크스탈출에 실패했다.
월드컵 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50년 브라질전 승리 이후 52년동안 ‘본선1차전 무승’에 시달렸던 스페인은 2일 슬로베니아를 3-1로 꺾으며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중동축구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 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대패, 아시아팀들의 독일징크스를 또다시 입증했다. 독일은 서독 시절을 포함, 16번 진출한 본선에서 아랍에미리트 한국 등 아시아팀을 4번 만나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아일랜드는 이번에는 한 경기 1골 미만 징크스를 깨겠다는 각오다. 아일랜드는 90년이후 3차례 출전한 본선에서 이번 대회 조별리그 2차전을 포함해 11경기에서 무득점 또는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걷는 것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 승리로 서막을 장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