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 안정환, 황선홍 등 주연의 ‘월드컵’이라는 영화가 상영중인 6월이다.48년만에 1승을 거둔 감격적인 폴란드전을 보면서 ‘이게 다름아닌 정말 영화’라는 사실을 깨닫고 보니 이제 영화가 더 재미있어져야 한다는 조바심도 생긴다.
여름용 블록버스터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월드컵 드라마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극장가에는 여름방학을 후끈 달구어줄 영화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데,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얼굴이 있다.
“울지마… 내가 죽으러 가니…”라는 가슴 아픈 문구, ‘친구’의 제작군단이 다시 뭉쳤다는 신뢰감을 무기로 만들어진 ‘챔피언’의 포스터가 그렇다.
유오성의 잘 다듬어진 몸과 독기가 흐르면서도 쓸쓸함을 주는 눈빛, 지독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포스터다.
눈을 떼지 못하고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서 가슴이 쿵쿵 뛰게 하는걸 보면 1차 심리전엔 성공한 셈?
배우 유오성과는 ‘간첩 리철진’을 통해서 만난 적이 있다. 집중력이 몹시 뛰어나고 열정이 넘치지만 평소 화가 난 듯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남자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여균동 감독의 ‘맨’이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 된 것을’의 영화를 광고 하던 시절, 사진만으로도 “이 남자, 비범하군, 언젠가 사고를 치겠다”싶은 생각을 갖게 했다.
펄펄 살아 있는 눈빛과 연극무대에서 키운 실력으로 소수의 열정 팬을 사로 잡던 배우였다. 잘생기지 않았으나 남성미가 만만치 않게 풍기는 그의 얼굴.
야들야들한 미소를 만날 수는 없지만 그는 분명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뭔가를 가지고 있다.
“첫 주연작이라서가 아니라 ‘간첩 리철진’은 내 연기의 전환점이 된 영화다. 더욱이 영화의 포스터는 내겐 정말 특별하다. 너무 좋다”고 말했던 게 엊그제인데 ‘챔피언’으로 또 한번 당당하게 단독으로 책임을 졌다.
주연이라고 누구나 단독으로 포스터를 찍는 것은 아니다. 혼자 포스터를 꽉 채우는 행운은 다른 말로는 엄청난 부담감이다.
영화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고 소송직전까지 갔던 캐스팅 반려사건도 있었지만 한번 결정되면 끝까지 기다리는 뚝심도 그의 장점이다.
영화를 찍겠다고 결정한 뒤, 6개월을 기다리면서도 “투자자가 나타나는 그날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는 영화 ‘친구’에 대한 그의 집착과 안목 또한 탁월했었다.
고집스러움이 생명인 배우, 그가 ‘챔피언’의 몸을 만들기 위해 했던 눈물겨운 노력으로 ‘챔피언’의 포스터는 그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과연 축구의 열기를 이어갈 또 다른 스포츠로 사람들이 권투를 선택할 것인지, 후두둑 떨어질 것 같은 그의 땀방울이 어떤 진가를 발휘할지, ‘친구’의 신화를 또다시 이어갈 것인지 은근히 궁금하다.
오랜만에 통화 할 일이 있어 전화를 연결했더니 마침 ‘챔피언’의 후반작업 중이란다. “아니 어떻게 그런 가슴을 만드셨나요? 여자처럼?”
했더니 평소에 농담이라고는 전혀 없던 그의 입에서 “여자들은 좋겠어요. 안 해도 나와 있어서…”했다. 어, 유머도 한체급을 올렸네?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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