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선혈도 그를 막지 못했다. ‘맏형’ 황선홍(33ㆍ가시와 레이솔)은 오른 눈 위가 찢어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했다. 폴란드전 허리 부상에 이어 또 다시 찾아온 불행에도 움츠러들지 않은 아름다운 투혼에 온 국민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한국의 월드컵 첫 승 신화의 주인공 황선홍은 히딩크 감독의 철저한 ‘연막작전’ 속에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했다. 최전방에서 상대수비를 교란시킨 것은 물론 미드필드까지 나와 날카로운 패스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등 맏형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의 파상공세가 계속된 전반 21분, 미국 페널티지역에서 헤딩슛을 시도하다 수비수 프랭키 헤지덕(레버쿠젠)의 뒷 머리에 부딪혀 오른 눈 자위가 3㎝ 가량 찢어졌다. 그라운드에 넘어진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고 팬들은 그가 교체될까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사이드라인에서 팀 닥터의 치료를 받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2분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98년 프랑스대회 벨기에와의 3차전서 수비수 이임생의 붕대 투혼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황선홍이 자리를 비운 사이 클린트 매시스의 왼발 슛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0분 안정환과 교체될 때까지 그는 마지막 남은 땀방울까지 아낌없이 쏟아냈다. 부상에도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헤딩을 시도하며 어린 선수들의 기를 북돋웠고, 전반 39분에는 페널티 킥까지 얻어냈다.
황선홍의 붕대 투혼은 전 선수들에게 전달됐고 결국 한국은 동점골을 뽑아 냈다. 황선홍의 투혼에 국민은 16강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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