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10분 ‘붕대 투혼’을 보여준 황선홍과 교체해 들어가며 그는 왼손의 약혼반지에 입을 맞추었다. 아내(이혜원씨)에게 월드컵골을 선물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듯.후반 33분 이을용의 긴 프리킥이 날라 왔을 때 그는 안쪽으로 파고 들며 몸을 솟구쳤다. 공은 정확히 그의 오른쪽 옆머리에 맞았다. 내려서면서 그는 공의 위치를 확인했다. 골이었다.
사실 미국전을 앞두고 안정환(26ㆍ이탈리아 페루자)이 골을 넣으리라고 예상한 기자들이 많았다. 몸상태가 가장 좋은 데다 한국 선수중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이었기 때문이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서 교체투입된 그는 성공은 안됐지만 골이나 진배 없는 작품을 수차례 선보였었다.
이번까지 그는 A매치 5골을 기록했다. 적은 수였지만 모두 작품성이 뛰어 났다. 2000년 12월 한ㆍ일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슛, 올 4월 스코틀랜드전서 절묘한 페인팅에 이은 중거리 슛과 감각적인 토킥으로 넣은 골, 그리고 이번 미국전서 극적인 동점골까지 모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의 유일한 빅리거인 안정환은 그러나 당초 히딩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다 올 3월 유럽전지훈련서 공격의 활로를 트는 플레이메이커로 비로서 인정 받았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전서 감각적인 두 골을 넣은 뒤에 대표팀의 확실한 ‘조커’로 자리 잡았다. 이 때부터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은 변속기어와 같은 존재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선수다”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미국전을 통해 안정환은 히딩크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서울 기공-아주대-부산 아이콘스를 거쳐 이탈리아 세리에 A 페루자에 입단, 01~02시즌 4골1어시스트를 기록한 안정환은 올 시즌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주가를 확실하게 높이고 있다. 그는 “지고 있을 때 경기에 투입돼 부담이 갔을 뿐 특별히 골을 넣을 것이라는 감은 들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또 스케이트하는 모습으로 골세리머니를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지난 동계올림픽서 헐리우드 액션으로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겨 미국에 감정이 좋지 않은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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