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월드컵 응원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한국과 미국이 16강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 10일 세계의 언론들은 승패 못지않게 한국민의 응원 열기에 주목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수 백만의 한국 시민들이 광장이나 쇼핑 몰 등 공공장소에 모여 첨단 기술의 전광판 중계를 통해 응원하는 풍경은 72년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한국은 하이테크 국가이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차 안에서, 사우나에서, 심지어 지하철 안에서도 TV로 경기를 본다”며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우승컵을 안을 때 거리가 쥐 죽은 듯 고요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고 전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붉은 색의 바다에서 구사일생한 미국’, ‘붉은 건초더미 속의 바늘 같았던 미국의 응원단’같은 제목으로 한국민들의 응원 열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대표팀은 전반에 선취골을 넣어 열광하는 한국 관중을 침묵시켰으나 후반 한국팀의 저돌적인 공격에 동점골을 내주었다”며 “붉은 옷을 입은 한국 응원단이 귀가 멍멍할 정도로 내지르는 함성의 물결을 타고 한국팀은 미국 골 문을 계속 위협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1,000~3,000명의 미국인이 대구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미국 팀을 응원했지만 그들은 6만 8,000석을 가득 메운 한국의 응원단에 비하면 붉은 건초더미 속의 바늘 같았다”며 “미국인이 또 다른 서양 사람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독일 dpa 통신은 “북을 치며 환호하는 6만 5,000 관중은 붉은 바다를 이뤘다”며 “이을용 선수의 페널티킥이 미국 골키퍼에게 잡혔을 때 관중석은 탄식으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침 식사도 하기 전에 수 많은 한국인들이 거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 몰려 들었다”며 “마치 붉은 물결이 온 나라를 뒤덮는 것 같았다”고 한국의 길거리 응원 열기를 타전했다.
한국의 성숙한 응원 문화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솔트 레이크의 동계올림픽에서 오노 사건에 대한 반감으로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이 높아진 데 우려를 나타냈던 미국의 언론들은 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상사가 없었던 것에 대해 안도감을 나타냈다.
미국의 CNN 방송은 “걱정과는 달리 한국민은 호의적 감정으로 미국을 대했다”며 “서로 잘 어울려 좋은 시간을 가졌으며, 아무 일 없이 경기가 끝났고 한국민들은 조용히 해산했다”고 보도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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