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공관 진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망명 처리를 둘러싼 한중 간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9일 오후 주중 한국 대사관 영사부에 탈북자 3명이 들어와 한국 망명을 요청함으로써 지난 달 23일 이후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는 8명으로 늘어났다. 적게는 1명에서부터 많게는 3명까지 모두 5차례이다.
그러나 한국 공관 진입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제3국 공관의 경우와는 판이하게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측은 과거 제3국 공관에 진입했던 탈북자들은 하루나 3일 이내에 속전속결로 제3국을 경유, 한국으로의 망명을 허용했다.
탈북자 문제로 인권 시비에 휘말리자 제3국 경유, 인도적 처우, 심지어 도주 방관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탈북자들의 조속한 송환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 처리에 대해선 새로운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망명 당사국인 한국 공관으로 진입하자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배수진이라도 치듯이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
재외 공관은 제3국인을 보호할 권리가 없으며 이에 따라 중국이 탈북자들의 신원이나 범법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조건 없이 탈북자 신병을 중국측에 인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외교통상부의 김태식(金泰植) 차관보가 탈북자 처리 협상을 하러 베이징에 오자 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앞으로 탈북자들이 한국 공관에 진입할 경우, 이들의 망명 신청을 불허하겠다는 보장을 중국 정부에 하라는 것이다. 중국측의 이 같은 요구는 한국 정부로서는 탈북자 정책이나 인권 측면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은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당사국인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측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 탈북자 모두를 한국에 인도할 수 있느냐는 불만을 계속 전해 왔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한 북한 고위 인사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그들이 무슨 정치적 망명을 하느냐. 함경도 평안도 등 가난한 지방 사람들이 범법 활동이나 위법을 한 후 한국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도 너무 한다. 그들을 대만처럼 받아주지 말아야 한다. 햇볕정책, 민족화합 운운하면서 동족끼리 갈등을 부추기고 이간질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 3명이 9일 비자발급을 가장해 대사관 영사부에 추가로 들어옴에 따라 문제는 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다. 한국 외교 관계자는 한국 공관에 들어온 탈북자 처리 문제가 단기적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 데다,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 처리에 대한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 그리고 북한까지 가세해 자국의 입장에서 후퇴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탈북자 처리 문제는 당사국 간 협상테이블을 떠나 유엔이나 국제기구가 적극 개입해 해결을 모색하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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