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작업한 동료들까지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해 세계가 더욱 주목하게 됐겠죠"한국 최초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10일자 27면 보도)한 '마리이야기'의 이성강(40)감독인 10일 귀국했다.그가 단편 '덤불속의 재'로 1999년 안시페스티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때도 국내 최초였다.
대상 수상작 ‘마리 이야기’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컴퓨터애니메이션 1세대’ 이성강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심리학(연세대)을 전공했으나 미술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민중미술에 참여했고, 90년대 중반 애니메이션으로 빠져들었다. 국내의 척박한 컴퓨터애니메이션 여건상 독학으로 익혔으나,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회화적 이미지로 담아내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95년 ‘토르소’를 시작으로 ‘작은달’ ‘연인’ ‘우산’ ‘덤불속의 재’ 등 13편의 독립 단편과 올 1월 개봉한 ‘마리이야기’를 내놓았다.
이 감독과 35명의 애니메이터가 3년 가까이 공을 들여 올 1월 선보인 ‘마리이야기’는 사춘기 소년 남우와 환상 속의 소녀 마리와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덤불속의 재’가 제도와 관습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인간의 자아가 소멸하는 과정을 형상화했다면 ‘마리이야기’는 추억을 곱씹어보게하는 판타지로서 장편 상업 영화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디지털로 작업하면서도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2차원적으로 재손질하면서 만들어낸 파스텔풍 몽환적 영상으로 회화적 완성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10만명에 그쳐 한국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대중성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남겼다.
“한국의 실사영화가 할리우드영화와 경쟁하듯 ‘마리이야기’도 디즈니나 드림웍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경쟁할 뿐”이라며 자신감 넘치던 이성강. 린타로(일본) 감독의 ‘메트로폴리스’, 티에르 쉬엘(룩셈부르크) 감독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과 겨뤄 이번 앙시페스티벌에서 수상함으로써 한국 애니의 잠재력을 확인해주었다. ‘마리 이야기’의 제작사 씨즈엔터테인먼트는 앙시페스티벌 수상을 계기로, 재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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