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드컵 대표팀이 10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비기자 미국민들은 대체로 “어려운 경기였지만 잘 방어했다”는 반응이었다.우승 후보 중 한 나라인 포르투갈을 이겨 들떠 있던 미국민들은 16강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중요한 대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비기자 실망감을 감추진 않았지만 “미국이 D조에서 16강에 가장 가까이 있다”며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대 포르투갈전 때 열성 축구팬 외에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 국민들은 이날만은 달랐다.
워싱턴ㆍ뉴욕 등 동부 도시의 상당수 주민들은 10일 새벽 2시 30분부터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지켜 봤다.
이날 새벽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펍에 모여 TV를 시청하던 열성 축구 팬들은 “미국에도 이제 축구 붐이 불고 있다”며 “아직 전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또 한국의 거국적인 응원 열기 속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경기를 잘 이끈 미국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부 주민들은 새벽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전날 밤 일찍 잠을 청하기도 했으며, 아예 월요일 휴가를 낸 열성 팬들도 있었다. 축구 경기를 지켜 본 미국민들은 특히 한국 선수들이 동점골을 터뜨린 후 솔트 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의 오노 선수에 대한 복수를 풍자한 골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 “이해한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불만이 많았느냐”하는 반응이었다.
워싱턴의 한 축구팬은 한미전에 이어 벌어진 같은 조의 폴란드-포르투갈 전에서 포르투갈이 크게 이긴 것을 보고는 “한국이 포르투갈과 힘겨운 마지막 한 판을 치르게 됐다”며 “한국과 미국이 16강에 함께 올라가는 게 한미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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