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 한판이었지만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친 것은 아쉬웠다. 한국은 이날 강점을 보여주었지만 약점도 노출했다.안정환(26ㆍ페루자)을 투입한 히딩크 감독의 승부수는 패색이 짙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원동력이 됐다.
동점골의 주인공 안정환은 히딩크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후반 해결사(조커)로 낙점한 선수이다.
후반전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변속기어 임무를 해내라는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안정환은 꽉 막혀있던 미국의 골문을 열어 젖혔다.
안정환은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게임메이커) 또는 측면공격수를 맡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을 중앙 공격수에 적합한 선수로 평가했고 지난 달 16일 스코틀랜드전부터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본선 32개국중 최고”라고 자신한 한국 선수들의 강철 체력도 이날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역습작전으로 나선 미국선수에 비해 움직임이 많았고 당연히 체력소모도 훨씬 컸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힘으로 쉴 틈 없이 공세를 퍼부었고 동점을 이뤄냈다. 5개월 이상 계속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체력훈련의 덕분이었다.
대구의 이날 낮 기온은 섭씨 24.9도. 경기전 내린 가랑비의 영향으로 예상기온(31도)을 훨씬 밑돌았다.
당초 예상대로 가마솥 더위 속에서 경기가 체력전으로 진행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한국의 월등한 체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비긴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히딩크 감독은 교체선수를 이천수 안정환 최용수 등 모두 공격수로 바꿨다.
공격에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의도대로 한국은 미국 골문을 수없이 위협했으나 정작 골로 연결하지 못하고 동점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공격수 설기현(23ㆍ안더레흐트)과 최용수(29ㆍ이치하라)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설기현은 전반 5분 황선홍의 정확한 패스를 받는 등 4~5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무위로 돌렸다.
후반에 투입된 최용수 역시 종료직전 더할 나위없는 골 기회를 슈팅실수로 무산시켰다. ‘타는 목마름’만 남긴 대표팀의 이날 골 결정력은 포르투갈과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반드시 털어내야 할 숙제이다.
대구=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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