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에 부임했다. 그동안 주말이면 한국 친구와 함께, 혹은 우리 부부끼리 산행(山行)을 즐기고 있다. 마음 속으로 늘 이곳의 자연에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
어느 유행가처럼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꽃이 피며 가을이면 풍년이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다’는 나라인 것 같다.
춥고 더운 나라는 1년 내내 산수화 그림을 각기 한 폭만을 감상할 수 밖에 없지만 한국은 춘하추동 네 폭의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자연의 부자라고 할 수 있다.
4계절은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그 증거를 하나만 보면, 선배 외교관 한 분이 대만에 있을 때 관절염을 앓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약도 먹지 않고 완쾌됐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대만은 아열대 기후에 속하기 때문에 습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대륙성 기후이기 때문에 건조한 편이라 관절염 등 습기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의 치료에 자연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
이렇게 축복 받은 나라에서 사는 우리는 당연히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 주말에도 북한산에 올랐다. 아름다운 계곡과 맑은 물, 그리고 큰 바위들,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함께 간 집사람에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이곳 저곳에 버려진 빈 병과 과자봉지,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자연을 오염시키는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산들을 찾아 다닌 적이 있다.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난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일행일선(日行一善)의 마음으로 빈 비닐 봉지에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마주친 낯선 한국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도 건넸다. 그 중, 한 부자(父子)가 지나가면서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이 사회에는 저런 사람이 필요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현장 교육을 시킨 것이다. 쓰레기를 줍는다고 손은 더러워졌지만 보람 있고 흐뭇한 하루였다.
중국 속담에 ‘인재복중부지복(人在福中部知福)’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복 받고 살면서도 복 받는 줄 모르고 산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
/리우 순 따 대만인 주한 대만대표부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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