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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日 열도는 열광 "日축구 꿈의 새역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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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日 열도는 열광 "日축구 꿈의 새역사가 열렸다"

입력
2002.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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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거둔 9일 일본은 전 열도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듯했다.뜻밖의 패배를 당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수천명의 축구팬이 폭도로 변해 최소한 1명이 사망했다.

이날 모스크바 중심가 크렘린궁 옆 광장에서는 대형 TV 화면을 통해 경기를 관전하던 시민들은 일본측의 결승골이 터지자마자 국영 TV 소속 차를 전복시키고 불을 질렀다.

인근의 차량 20여대에 불을 지른 폭도들은 “전진, 러시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러시아 하원 의사당으로 몰려가 경찰과 투석 및 육탄전을 벌인 끝에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건물 일부를 파손했다고 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날 폭동은 이번 월드컵 경기 최초의 불상사로 기록됐다.

반면 일본에서는 요코하마(橫浜) 국제종합경기장은 물론 전국 주요도시에서 ‘러ㆍ일 축구전쟁’ 의 전승을 자축하는 일장기와 일본 대표팀의 상징색인 푸른 색이 넘쳐흘렀다.

“꿈의 첫 승리 이뤘다.” “꿈의 16강 일본팀 눈 앞으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일본 TV 해설자들이 일제히 토해낸 단어는 ‘꿈’이었다. 후지 TV 해설자는 “일본 축구에 새 역사의 문이 열렸다”고 목이 메어 외쳤다.

일부 매체는 인터넷 판에서 ‘여순(旅順) 요새 함락’, ‘발틱함대 격침’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요코하마 전투’에서의 역사적 승리 소식을 전했다.

후반 5분께 이나모토 준이치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신요코하마(新橫浜)역 광장을 비롯, 대도시 거리에 마련된 공동응원장은 휴화산이 폭발한 듯한 환호성이 울렸다.

퍼블릭 뷰잉(공동관람)권을 구하기 위해서 전날밤부터 노숙했던 열성팬들은 대형 TV 화면에 골 장면이 나타난 순간 “얏타(해냈다)”라는 함성을 일제히 터뜨렸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일본팀의 푸른 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슈팅이 터질 때 마다 흰 일장기를 흔들어 조명 앞에 청색과 흰색의 물결이 번갈아 펼쳐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러시아 전을 앞두고는 일본 시민들의 줄서기 문화도 실종되는 듯했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사이타마 구장 앞 특설 텐트에서는 공동관람권을 배포하는 줄에 4~5명의 팬이 끼어들어 표를 집어들자 다른 팬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남녀 팬 4명이 구급차로 실려나갔다.

우익지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인들이 러시아전 중계 장면과 2차대전 패전으로 일본이 러시아에 잃은 북방 4개섬 지도를 함께 지켜보는 시사만화를 게재했다.

극우파의 기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 도쿄 도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전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다”며 “이 기회에 러시아에 본때를 보여야 영토반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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