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폴란드 전에서 일궈낸 월드컵 사상 첫 승리는 4,700만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우리는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는 물론 열광적이면서도 조직적이며 질서정연한 응원을 보여줌으로써 세계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더구나 ‘짝짝 짝짝짝 대∼한 민국’을 외쳐대는 붉은 악마 들이 주도한 화끈하고 열광적인 응원 모습은 TV를 통해 본 우리 스스로에게도 “저런 단결된 응원 모습이 있었나” 하고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TV를 통해 연인원 600억 명이 관전한다. 벌써 우리나라의 응원 모습이 미국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 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6강 진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나친 열망으로 10일 대구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에서 반미감정이 폭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지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미국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고조된 반미 감정이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편협하고 국수주의적 애국으로 김동성 선수를 제물로 삼아 맹목적인 국가주의에 편승했던 솔트레이크시티의 기억을 잊고, 미국을 용서해 주자. 우리는 5,000년 역사의 전통을 지닌 동방예의지국이 아닌가.
성숙한 문화시민의 모습은 축구 경기가 개최되는 경기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특히 외국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경기장 내에서의 관전문화는 우리 국민의 이미지를 단번에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초가 된다.
즉 관전문화는 국가와 국민의 이미지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볼 때 관전문화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논의는 국가 발전적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보다 성숙된 관전문화를 통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 몇 가지 점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는 친절이다.
2002 월드컵을 ‘친절 월드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를 관람하는 외국인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실례를 범하였을 때 먼저 사과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등 예의바른 관전문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는 질서다.
‘질서 월드컵’의 성패는 경기장 안과 밖에서 판가름 난다. 경기장 밖에서는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설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들어가려고 ‘새치기’하는 일탈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또 경기장 내에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셋째는 청결이다.
이번 월드컵이 ‘환경 월드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관전 후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관중석에서 금연하는 녹색 관전문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준 경기대 스포츠 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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