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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미래 결정할 '국민회의' 개막…내전상처 치유 '희망'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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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미래 결정할 '국민회의' 개막…내전상처 치유 '희망' 틔운다

입력
2002.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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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결정할 ‘로야 지르가’(국민회의)가 10~16일 수도 카불에서 열린다. 회의에서 대의원들은 하미드 카르자이를 수반으로 하는 현 과도정부의 임기(6개 월)가 22일로 만료됨에 따라 임기 1년 6개 월의 새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2004년 총선을 실시할 때까지 주요 정치 일정 등을 확정해야 한다. 헌법 초안도 윤곽을 잡아야 한다.로야 지르가는 1720년대에 시작된 전국 부족장 원로회의로 국가중대사를 결정하는 회의기구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족장 모임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1,000여 명을 주민 직접 투표로 뽑고 500여 명을 계층ㆍ직능 대표로 지명해 1,500여 명이 대의원으로 참석한다. 신생 국가의 제헌의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작년 12월 유엔 중재로 4개 정파가 합의해 출범한 현 과도정부는 탈레반 정권 축출 이후 아프간을 추스르는 데 진력해 왔다. 그러나 테러조직 알 카에다에 대한 미군의 소탕작전과 별도로 남부와 동부 일대에서는 아직도 지역 군벌간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1980년대 소련 침공시에는 다수 종족인 파슈툰족이 미국의 지원으로 실세 역할을 했고 92~96년 공산 정권시에는 부르하누딘 랍바니 대통령, 아흐메드 샤 마수드 국방장관 등 타지크족이 주류를 이루었다. 공산 정권 축출 후 집권한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파슈툰, 타지크, 우즈벡, 하자라 등 서로 다른 종족들은 서로에 대한 집단학살, 고문, 강간, 방화, 약탈 등 끔찍한 만행을 저질러왔다.

AP 통신이 현지 호텔 주인의 말을 빌어 “희망은 나라를 통합해 형제가 형제를 죽이는 일을 멈추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이번 회의의 지상과제는 종족별 대표성을 공정하게 안배해 정치ㆍ군사적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기나긴 전쟁과 최근 4년간의 가뭄, 지진 등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2,700만 주민의 경제를 재건하는 것은 오히려 다음 과제다.

뉴스위크가 로야 지르가 대의원을 뽑는 카불 지역구 선거에서 악명 높은 군벌 압둘라브 라술 사야프가 유권자들에게 “나는 양민학살과 무관하다. 인권유린이나 테러, 약탈, 마약ㆍ문화재 밀수출 등과 관계 없다”고 누누이 발뺌해야 했다고 보도한 데에서도 아프간 국민들의 절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성, 학술ㆍ문화ㆍ사회단체 대표, 이란과 파키스탄 등에 거주하는 난민, 시아파 이슬람교도 등 탈레반 치하에서 인간 대접을 전혀 받지 못하던 소수그룹 500여 명이 지명직 대의원으로 참석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점이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친미 성향의 파슈툰족 지도자 카르자이 수반이 다시 과도정부 수반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일각에서는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 국왕이 다시 국왕으로 복귀할 지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카심 파힘 국방, 유누스 카누니 내무, 압둘라 압둘라 외무장관 등 타지크족 군벌 세력은 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로야 지르가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미군의 보호까지 받으며 거대한 천막에서 계속되는 회의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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