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전의 아쉬움을 미국전 결승골로 씻어낸다.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자축하는 관중의 함성으로 뒤덮였지만 안정환(26ㆍ페루자)에겐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 4분 황선홍과 교체 투입돼 승부를 결정할 ‘해결사’로 나섰지만 폴란드의 골키퍼 예지 두데크의 선방에 막혀 월드컵 첫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대표선수들이 미국과의 2차전에 16강 진출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안정환은 이 경기에 축구 인생을 내걸고있다.
그의 입장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최고참 황선홍과 다르고 박지성 이천수 차두리 등 신예들과도 틀리다.
페루자와의 임대계약이 6월 말로 종료되는 탓에 월드컵서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지 못한다면 향후 유럽생활을 자신할 수 없는 기로에 서게 된다. 때문에 미국전을 기다리는 그에겐 자신감이 아닌 비장함이 서려있다.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A)에 진출해 5골을 기록하는 등 차별화된 경력을 쌓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교체투입의 가능성이 커졌다.
안정환은 자신을 조커로 활용하려는 계획에 내심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스코틀랜드전서 2골1어시스트로 승리의 주역이 됐지만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선 출전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등 경기 출전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고생만큼 성숙해진 그는 위기의식에도 아랑곳 없이 진중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팀의 코치들 역시 묵묵히 출전을 기다리는 그의 태도에 “지난 해 결혼한 뒤 한결 어른스러워진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본선 3경기를 모두 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는 안정환은 “골 욕심이 커져 경기를 그르친 적도 많아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미국과의 대결서 골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중 한 명으로 꼽힌다. 페널티지역 주위를 휘젓는 기술과 좀처럼 골문을 벗어나지 않는 정교한 슛이 대표 선수중 가장 돋보이기 때문이다.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 운집할 관중들도 그의 반지 키스 세리머니를 기대할 것이다.
대구=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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