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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립오페라단,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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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립오페라단, 너마저!

입력
2002.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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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보기가 주저된다. 서울시의 공연지원금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가을 여느 해의 두 배나 되는 10여 편의 오페라가 올라갔을 때 벌어진 졸작 대행진에 크게 실망했다.제작 능력이 부족한 민간 오페라단들이 만든 그 작품들은 한국 오페라의 추락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국립오페라단을 믿었다.

한국 오페라를 대표하는 40년 역사의 단체로서 전통과 이름에 걸맞은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그러나 6~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라간 ‘전쟁과 평화’는 그런 기대를 배반했다.

총 출연자가 250여 명에 이르는 프로코피에프 대작의 한국 초연이라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은 바 아니지만, 결과는 훨씬 참담했다.

극적 생동감을 찾기 힘든 죽어있는 무대, 초라하고 빈약한 세트와 의상,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보이거나 들떠있는 어설픈 연기, 맥 빠지는 오케스트라….

몇몇 주역의 열연이 있었지만 빛나지 않았다. 그동안 비교적 좋은 작품을 선보여온 국립오페라단이기에 실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어 대본의 우리말 번역이다. 음악의 흐름과 우리말 맛을 살리지 못해 듣기 거북할 만큼 어색했다.

‘아버지가/방에’가 아니라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식의 노랫말로는 아무리 뛰어난 가수라도 노래 잘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오페라를 만드는 단체들은 더러 이렇게 말하곤 한다. 국내 관객 수준이 아직 낮아서 대중화가 고민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외국단체의 내한이나 영상물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공연을 접하다 보니 관객의 눈은 대단히 높아져 있다. 오히려 관객 무서운 줄 모르고 내놓는 무대가 있던 관객마저 쫓아낸다.

언제까지 이런 오페라를 봐야 할까. 올 한해 서울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는 10편이 넘는다. 차린 건 많은데 먹을 것 없는 잔치로 끝날까봐 걱정스럽다. 관객은 냉정하다.

오미환 문화부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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