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휘슬과 깃발이 갈수록 말썽이다.월드컵 조별 리그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치열한 몸싸움과 순식간에 움직이는 스피드가 그라운드를 압도하는 현대축구에서 ‘사람 눈’인 심판에 대한 불만은 늘 있기 마련. 그러나 점점 거세지고 있는 오심시비가 자칫 월드컵 열기와 흥행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일본 가시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G조 예선에서 크로아티아에 2-1로 역전패한 이탈리아팀은 선심의 판정에 강력 반발했다.
샤프 필립 제1선심은 후반 5분 비에리가 골 지역에서 패스를 받아 골로 성공시켰지만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인저리 타임에서도 골지역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패스를 필리포 인차기가 골키퍼 뒤로 밀어넣자 크로아티아 수비수를 잡아 끌었다며 깃발을 들어 주심에게 반칙이라고 신호를 보냈다.
경기 후 비에리는 “심판판정은 이해하기 어렵고 우리는 불운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탈리아 축구팬들도 “심판 때문에 3-2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졌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7일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의 주심을 본 이탈리아 콜리나 심판도 구설수에 올랐다. 독일 축구황제 베켄바워는 “오언은 과장된 몸짓으로 넘어졌을 뿐 페널티킥을 줄 상황은 아니었다”며 “콜리나는 분명히 세계 최고의 심판이지만 어제는 실수했다”고 비난했다.
한국팀 히딩크 감독도 심판에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는 “포르투갈-미국전에서 미국의 두번째 골은 분명 오프사이드였는데 멍청한(sleepy)심판이 이를 놓쳤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4일 일본-벨기에전에서 이나모토가 넣은 세번째 골에 대한 심판의 반칙선언이 논란이 되자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은 “경기 내내 심판이 벨기에에 유리한 프리킥 판정을 남발했으며, 심판이 벨기에를 홈팀으로 착각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브라질-터키전에서 김영주 주심이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일어난 반칙에 페널티킥을 주고, 브라질 히바우두의 ‘헐리우드 액션’ 을 그냥 넘어간 판정이 ‘오심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판정시비가 끊이질 않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심판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키스 쿠퍼 FIFA대변인은 “일부에서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번 대회 심판들의 경기운영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평가하면서 “심판도 사람인 만큼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불공정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범구
goguma@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