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미국 일본의 CEO에 비해 크게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9일 경영컨설팅 기관인 맥킨지에 따르면 국내 CEO의 평균 재임기간(2000년 기준)은 2.9년으로 미국(6.4년)의 절반에도 못미쳤고, 일본(4.6년)에 비해서도 1년반 이상 짧았다.
전체 CEO 가운데 재임기간이 6년을 넘는 ‘장수 CEO’의 비율(2001년 기준)도 미국이 36.6%, 일본도 14.5%에 달한 반면 한국은 10.5%에 불과했다. 10명중 9명은 단명한다는 것이다.
CEO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 1980년대초만해도 미국과 유럽의 200대 기업 CEO중 재임기간이 6년 이상인 CEO는 41%에 달했지만, 90년대말에는 23%로 낮아졌다. 기업간 경쟁이 격화하고 경기 및 시장변동폭이 커지면서, 실적에 따라 CEO에 대한 책임추궁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과거부실에 대한 책임 또는 현재의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퇴진하는 CEO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CEO의 수명이 특히 짧은 것은 지나치게 단기적 성과만을 놓고 CEO를 평가하거나, 오너의 일방적 잣대에 따라 CEO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5일 열린 CEO 승계에 관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CEO는 너무 자주 교체되는 경향이 있으며 더구나 타당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우리나라 재벌 같은 가족 소유기업의 경우 3세 경영에 이를 때까지 생존확률은 13~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가족소유기업의 생존확률은 2세로가면 30%, 3세는 20%, 4세까지 가면 13%로 낮아졌다. 영국기업의 경우 2세엔 24%, 3세가 경영을 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14%에 불과했으며, 호주에서도 각각 37%, 13%에 머물렀다.
맥킨지는 가족소유 기업의 평균생존기간은 24년인 반면, 비(非)가족소유 기업의 생존기간은 이보다 배가량 긴 45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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