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커가 무너지고 있다. 당초 아트사커의 경연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한일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선봉장으로 한 아트사커가 맥을 못추고 있다.이탈리아의 빗장수비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브라질의 삼바축구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변이 속출하며 충격을 주고 있는 한일월드컵이 세계축구에 새로운 전술변화를 예고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아트사커의 대명사 프랑스는 A조 조별리그에서 세네갈에 0-1로 패한데 이어 우루과이와는 0-0으로 비겼다. 중원의 지휘자를 정점으로 현란한 개인기와 탄탄한 조직력을 무기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아트사커는 지휘자의 실종으로 지리멸멸한 상태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 없는 아트사커는 미로에 빠져 좀처럼 공격루트를 뚫지 못하고 진부한 고공플레이나 세트플레이에 의존한다. 수비 역시 매번 위기를 초래하며 공백을 보이는 등 한명의 탁월한 지휘자에 의존한 아트사커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감독은 “지단에 의존한 아트사커의 허점이 이번 대회를 통해 여실이 드러났다”며 “플레이메이커 중심의 수직축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리그 일정 등으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기 어려웠던 아트사커가 게임을 거듭하면서 조직력을 재정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력수비를 바탕으로 이중 삼중의 덫을 놓아 상대공격을 무력화하는 빗장수비의 이탈리아도 속공과 포메이션에 얽매이지 않는 공격수의 지그재그형 공격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G조의 이탈리아는 에콰도르에게는 2-0으로 이겼지만 크로아티아를 상대로는 2-3으로 졌다. 크로아티아의 이변은 전술변화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르코 요지치 감독은 98 프랑스월드컵 득점왕인 다보르 슈케르를 빼고 무명의 밀란 라파이치와 알렌 복시치를 리베로형 공격수로 포진시켰다. 라파이치와 복시치는 좌우측을 바꿔가며 지그 재그형공격으로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흔들었고 결국 라파이치는 역전 결승골까지 따냈다.
그나마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하는 삼바축구만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 남았다. 이른바 ‘3R’로 표현되는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디뉴로 구축된 삼각 편대는 아트사커를 능가하는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수비를 교란시키며 세계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터키 중국 등 손쉬운 팀들을 대상으로 한 승부여서 조직력을 무기로 한 강 팀과의 대결을 통해 삼바축구 역시 재평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1세기 축구판도를 가름할 이번 대회에서 과연 어떤 전략을 취한 팀이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지 관심이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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