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폴란드 전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지난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물결 속에 관중 한명이 들어올린 피켓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 8강 진출! 한국인 투표 참여!’ 부산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경기장 내에서 깜짝 선거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코 앞에 닥친 6ㆍ13 지방선거가 월드컵 열풍에 밀려 사상 최악의 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 지역선관위와 시민단체들이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월드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응원단을 잡아라’
선거참여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는 경실련은 10일 한국-미국전을 벼르고 있다. 지금까지 두 번 실시한 투표 독려 거리 캠페인에 각 100명, 30명의 인원을 투입, 선거열기를 북돋으려 했지만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
경실련은 10일 50여명의 활동가가 붉은 옷을 입고 거리 응원전이 열리는 서울시청 앞 등 곳 곳을 누비며 선거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경실련 박완기(朴完基) 지방자치국장은 “응원단이 모이는 시점부터 길목 길목을 지키며 팜플렛을 나누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 선관위도 ‘월드컵 전략’을 짜고 있다. 인천 선관위는 3일 월드컵 성공개최 기념식과 인기그룹인 코요태의 신지를 지역 선관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행사를 연계해 함께 치렀다.
부산선관위는 직원들이 월드컵 경기장을 운행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을 돌며 ‘투표율 높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일부터 한국팀 응원전을 테마로 한 선거참여 공익광고를 공중파를 통해 내보내기 위해 막바지 준비 중이다.
KTF로부터 ‘코팀파’(코리아팀 파이팅 응원단)의 응원장면이 담긴 필름을 넘겨받아 응원열기와 선거참여 필요성을 연계시키는 광고를 제작,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정치 활동 금지 ‘논란’
그러나 모든 지역선관위와 시민단체들이 사람이 북적이는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서 마음 놓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중 경기장 주변에서 정치적ㆍ종교적 활동을 금지한다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가 서명운동을 벌이고 팜플렛을 나누어 주려던 대구선관위의 계획이 대구경기장 운영본부 측의 불허로 좌절됐다.
그러나 ‘정치적 활동’의 범위를 두고 월드컵한국조직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정 후보가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투표에 참여하자’는 캠페인까지 ‘정치적 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각 경기장의 운영본부마다 캠페인 ‘허가’와 ‘불허’ 방침에 차이가 있다.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는 “FIFA가 통보한 지침은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 조직위에서도 해석과 적용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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