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환희란 대개 순간에 그치는 법.오히려 열광 뒤엔 더 깊은 허탈함이 찾아들게 마련이다.그렇지만 한국팀이 첫 경기를 치른지 닷새가 지났어도 모든이들의표정에는 여전히 기분좋은 여운이 역려하다.왜일까.4일 밤 경험한 것은 단순히 월드컵에서의 첫 승리가 아니었다.새벽녘까지 젊은이들과 어울려 서울시내를 활보했다는 중년의 한 직장인은 "즐거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충격이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듣도보도 못한 엄청난 국민적 에너지의 폭발,그리고 무엇보다 그 폭발이 다른누구를 적대적 대상으로 삼지않은 화합의 폭발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건'은 이후 세계가 우리를 보는 시각까지도 바꿔 버렸다.한국팀의 경기운영능력만큼 우리의 응원문화에 대한 경이로운 찬사가 연일 세계 언론을 통해 터져나오고 이다.
아무도 보여주지 못했던 국민적 응원의 한 모델을 한국에서 발견했다는 식이다.미국과의 경기를 기다리는 심정에는 승리만큼이나 그날 그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하는 기대들이 깔려있다.
그런데 난데없는 불안감이 이런 기대감의 한켠을 허물고 있다.한총련이 길거리 응원단에 섞여 반미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많은 네티즌들은 공공연히 동계올림픽의 한풀이를 벼르고 있다.이런 분위기를 우려한 붉은 악마 응원단은 6일 "경기뿐 아니라 의식적,도덕적으로 완벽한 승리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10일 경기에서 만약 불안감이 정말로 현실화한다면 아마도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지난번처럼 행복한 긴 여운을 만끽하지는 못할 것이다.도리어 씁쓸한 자조에 빠져들지도 모를일이다.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날 경기장과 길거리에서 서로서로에게 얘기해주자.
"축구는 축구일 뿐입니다."
이동훈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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